사색(思索)이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행위를 말한다. 사물의 가장 작은 단위를 살피는 일도 사색에 가깝다.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는 가장 큰 잣대도 생각 즉 사색을 통해 행동하는 것이다. 타자를 헤아릴 줄 아는 배려와 사랑은 사색하는 인간에게 최상의 자리를 제공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명예를 유지하려면 나름대로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무엇과도 차별되게 즉 인간답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색의 근육'이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는 인문학을 통해 힘을 키울 수 있다. 독서를 하면서 자신의 오류를 바로잡고 참다운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이다.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사색의 근육이 한창 자라는 중이라 믿어도 좋다.
『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의 작가 김종원도 사색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부모 인문학 수업』, 『나를 지키며 사는 법』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한 작가로 현대인들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교육전문가로 나선 그는 사색의 대중화를 꿈꾼다. 총 8장으로 구성된 목차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8개의 키워드로 답하고 있다.
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 l 김종원
제목에서 느껴진 묵직함은 책을 펼치면서 사라졌다. 그의 언어는 에세이에 가까워 거대한 무게를 기대했다면 발길을 돌릴 수도 있겠다. 김종원의 언어는 직선을 닮았다. 점이 선으로 귀결되기 위한 과정이나 친절한 설명 따위는 생략되었다. 그의 텍스트는 귀납법을 좋아하는 자들에겐 싱겁게 느껴질 것이다. 물론 연역법을 추구하는 자들에게도 뭔가 2% 부족한 가설과 논리다.
오롯이 디렉트로 결과만을 향한 문장으로 읽힌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 편리를 겸비한 레토르트 같은 메시지임은 분명하다. 그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 외에는 각자가 찾길 바란다. 그가 설정한 8개의 질문은 '열정, 언어, 일, 성장, 생각, 기품, 조화로운 삶, 관계'로 여느 자기계발서에서 봄직한 개념들이다. 그것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그와 다른 작가들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결과는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고민해 보겠다.
당신의 말이 당신의 능력이다
작가가 강조한 개념 중에서 가장 와 닿은 것은 '언어'였다. 8개의 키워드가 모두 유기적으로 맞닿아 있지만 언어의 벽이 허물어지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다.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한시도 타인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언어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뛰어난 능력을 말 한마디로 깎아 먹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물론 반대로 재능은 부족하지만 말로써 믿음을 얻은 자들도 많다. 그만큼 언어는 소통의 도구라서 다루는 자의 인성에 따라모양과 결이 정해진다.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능력'이라는 말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을 고개 숙이게 만든다. 사람을 살리는 말도 많지만 어떤 말은 타인을 죽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말은 하면 할수록 잃을 게 많다. 이런 진리를 자주 잊기 때문에 우리의 언어가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당신의 말은 어떤 능력을 가졌는가? 스스로 질문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자.
제말 가르치지 말자 여유를 가지고 말하자 이기려고 하지 말자 p.46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들이다. 독서는 그 실수를 줄이기 위해 딱딱한 지식을 유연하게 누룰 수 있는 지혜를 만들어준다. 결과는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알 수 있다. 한 템포 느린 자세로 움직인다면 언어의 실수도 줄고 상대의 의도나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언어로 무엇을 겨냥하려고 하지 말자. 언어의 역할은 나와 너를 잇는 브리지로써 충분하다.
이 정도면 됐어 그만 뛰어 충분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속엣말에 귀를 기울인다. 성공이 소수에게만 허락된 이유는 많은 사람이 사소한 흔들림에 따라가기 때문이다. 스팸메일 같은 말과 사람 그리고 환경을 개선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뜨거운 시간을 보내지 않은 자가 어떻게 정열적인 영광을 알아보겠는가. 그러니 "저도 빛을 볼 수 있을까요?"라고 재차 확인하지 말고 묵묵히 달려가는 일에 집중하자.
열정, 언어, 일, 성장, 생각, 기품, 조화로운 삶, 관계는 지성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점검해야 할 개념들이다. 언어를 중요시했지만 이것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생각의 틀이 중요하다. 물론 열정이라는 그릇에 담긴 생각이라면 나머지 개념들을 이수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 속에서 일은 성장할 것이고 기품과 조화로운 관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자만이 사색하는 인간에 가까워진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니 이런 생각이든다. 이 책은 별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천편일률적으로 나열 또는 서술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책의 묘미가 내용보다 방식에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도망갈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 친절하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다른 자기계발서들은 읽다 보면 결국 "내 이야기가 아니네"라며 요리조리 빠져나갈 핑계를 키운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집중 공략이라는 표현이 딱 맞겠다. 훅, 하고 들어오는 느낌, 생각하기도 전에 자신의 현재 스코어를 본능적으로 잴 수 있는 장치, 그거 하나면 자신을 가늠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하루치 욕심만 꿈꾸기 ⓒ마혜경
많이 얻으려는 마음은 이것저것 따지는 저울과 핑계를 좋아한다. 우리의 기억은 분명 한계가 있어서 욕심과 정비례하지 못한다. 많이 얻으려는 마음만으로 많이 거둘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욕심 속에서 사색이 나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돌아보라는 것이다. 자신과 주변을 둘러보고 고칠 곳은 고치고 키울 부분은 부각시키길 바란다. 그 속에서 사색의 근육이 자라며, 그런 인간이 세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사색하는 인간이 될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