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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a Sep 02. 2024

2024년 9월 2일 산책일기

그럴 수도 있지








2024년 9월 2일


길 한쪽에 개똥이 몇개 굴러다니고 있었다. 남편은 인상을 찌뿌리며 "아니 왜 개 똥을 안 치우나 몰라!"하고 화를 냈다. 나는 "똥봉투가 다 떨어진지 모르고 산책 나왔다가 못치우고 봉투 가지러 간 걸지도 몰라. 다시 와서 치울 수도 있어. 다음에 지나갈 때도 그대로 있으면 그때 욕하자."고 했다.

맞다. 내가 그런적이 있었다.

강아지는 언제 쌀지 모르니 가방마다, 주머니마다 똥봉투를 꼭 넣어두는데 참 얄궃게도 어떤 날은 그 많은 봉투가 하나도 안 보일 때가 있다. 강아지는 싸고 있고, 나는 아무 것도 없고.

산책 길 내내 손으로 주워 들고 다닐 용기는 나지 않아서 일단 두고 근처 가게에서 봉투를 얻어오거나 무료로 배포되는 똥봉투가 비치된 곳까지 갔다 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두고 온(?) 똥 생각에 마음이 무척 무겁다.

곧 치울 건데, 내가 다시 갈건데 누군가 그걸 보고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 전부를 너무 욕하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나이가 들 수록 경험들이 쌓인다. 다 그럴듯하고 다 교훈적인 건 아니지만 어떤 상황들을 보고 생각지도 않은 작은 이해가 저절로 생기는 정도의 경험들이다. 그런 경험들이 자꾸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할 수 있게 한다.



이제 나 똥 싸러 가는 거지?
응가하고 나니까 몸이 가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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