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어릴 적 살았던 동네를 이사하고 나서 오랜만에 갔을 때 '와 여기도 많이 변했다'라고 했는데 요즘은 매일 산책하는 우리 동네를 보면서 아! 여기가 벌써 문 닫았네. 라던가, 어! 여기 또 공사 하네 같은 말을 일주일에 한번은 하게 된다.
한 쪽에서는 새로 공사를 시작할 때의 활기, 기대에 찬 에너지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데 아직 간판이 반짝반짝한 옆집은 안이 컴컴하게 닫혀있는 걸 보면 기분이 이상하다. 희망과 좌절이 길 곳곳에서 소리없는 비명처럼 쏟아져 나온다. 우리는 조심 조심 그 사이를 지나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