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_꽃도 흔들리는데
브런치에 연재된 플라워 에세이 '일 년, 열두 달 흔들리는 꽃'이 2021년 4월 말,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판/발간됩니다.
이제 서점에서 만나요!
'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은 매월,
하나의 에세이와 그 달에 어울리는 꽃과 사진을 정리한 이야기, 총 2개의 글을 발행합니다.
플로리스트들 사이에서 자조적으로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이미 이렇게 완벽하게 예쁜 꽃에 내가 뭘 더 할 수 있겠어요?’
이 세상 대부분의 취미생활은 의미없고 날 것인 상태의 재료를 의미있는 것, 더욱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는 행위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나무조각으로 가구를 만들고, 조각을 하고, 가죽 조각으로 지갑이나 가방을 만들고, 빈 캔버스를 온갖 색으로 채워 미술 작품을 완성한다. 하나 하나의 음표를 모으고 가장 아름다운 화음으로 뭉쳐 음악을 만들고, 사람들이 흘려버리는 순간을 포착해 셔터를 눌러 사진을 남긴다.
하지만 꽃은 조금 다르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냥 그 자체로 아름답다. 오히려 내 손이 더해져서 아름다움이 덜해질 가능성은 있다. 그래서 꽃을 배우러 온 사람들 중에는 ‘그냥 이렇게 둬도 예쁜데 제가 망치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으며 재료에 손을 대는 것부터 겁을 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꽃도 흔들린다.
바람에 흔들리고, 벌레에 흔들리고, 폭우와 가뭄에 흔들린다. 완벽해도 시련을 겪는다. 물론 나는 꽃과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으니 그 시련이 얼마나 힘든지, 견딜만은 한지, 겪을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인지는 모른다. 그냥 꽃도 흔들린다는 것만 안다. 내 앞에 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절대적인 존재로 나타나기 위해 그들도 내가 모르는 시간을 보내고 견뎠다는 것만 알 수 있다.
나도 흔들린다.
멀고 가까운 여러 사람에, 여전히 오리무중인 일에, 영원할 것 가기도 하고 위태로운 것 같기도 한 관계에, 출근길을 가로 막는 자연재해에,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잘 모르겠는 나 자신에 의해.
흔들릴 땐 무조건적인 위로를 받고 싶기도 하고, 그냥 숨어버리고 싶기도 하고, 뭐 어떨 때는 분노 조절 기능을 상실한 채 누군가를 향해 큰소리로 욕하고 싶기도 하다.
나는 왜 그러지, 왜 나만 그런 것 같지, 왜 나한테만 그러지, 하는 생각들에 사로잡힐 때 그렇게 생각한다.
완벽한 꽃도 흔들리는데 나라고 뭐.
완벽한 꽃이 시들어 바짝 말라가는 것을 볼 때는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한다.
완벽한 것도 끝이 있다.
앞으로 열 두달 동안, 열 두개의 이야기를 쓸 계획이다.
이야기를 열두달로 나눈 것은, 그 달에 꼭 그 꽃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 기분이 들 때 맞춤 응급처치처럼 그 페이지를 바로 열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어서였다. 3월의 기분에 자주 빠지는 사람들은 3월을, 9월의 기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9월을 바로 펼쳐 볼 수있게 하고싶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게 어느 페이지의 어느 구절이었더라?하는 고민 없이 찾을 수 있도록 지름길 같은 역할로 열 두달을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의식적으로 ‘위로'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누구를 위로할 생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뭐라고 함부로 타인을 위로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아무도 아니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섣부른 위로와 조언을 해줄만한 위치도 아니고 그런 위치였던 적도 없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그저 적절한 어느 순간에 어떤 꽃들과 함께 있었고, 그 때의 감정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고있다.
그런 감정들이 나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나만 그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것이 가끔은 힘이 될 때가 있다. 사람과 관계가 싫어서 의식적으로 홀로 멀어진 이들도 그런 공감이 필요할 수 있다.
나는 아주 멀리서, 느슨하지만 편안한 관계의 누군가처럼 너무 과하지 않은 감정을 담아 당신에게 공감하고 싶다.
열 두달이 끝날 때쯤에는 꽃을 사랑하는 플라워 러버들에게 ‘맞아 맞아'라는 재공감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바라는 건 ‘대체 꽃이 뭔데?’라는 궁금증이 생기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는 친절하고도 불친절하게 이곳에 꽃에 대한 적절한 설명과 호기심을 모두 섞어 심어 놓을 예정이다.
부디 그 씨앗이 꼭 싹트길.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는 그 달의 에세이를 써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꽃, 직접 만든 꽃,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여 발행합니다.
저의 글과 꽃과 사진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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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_December Essay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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