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Essay_ 무참히 흔들리는 마음
브런치에 연재된 플라워 에세이 '일 년, 열두 달 흔들리는 꽃'이 2021년 4월 말,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판/발간됩니다.
이제 서점에서 만나요!
'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은 매월,
하나의 에세이와 그 달에 어울리는 꽃과 사진을 정리한 이야기, 총 2개의 글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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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벽한 연말은 아니지만 겨울은 이미 시작되었고 마음은 창밖의 앙상한 가지처럼 흔들리기 시작한다.
11월은 그런 달이다.
아직 괜찮아, 아직 많이 남아있어,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옆의 누군가를 다독여도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지는 바람이 ‘아니야. 끝났어. 이제 다 지나갔어'라고 푹 젖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 같고 난 올해 대체 뭘 했지?라고 하루에도 몇번씩 자문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했나.
올해의 나는 무엇으로 기억되고 추억하게 될까.
꼭 무엇을 해야만 의미가 있냐고, 내가 즐거웠으면 됐다고 생각해 보지만 딱히 손꼽을만한 즐거운 순간도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땅에 떨어진 붉고 노란 낙엽들이 색종이 마냥 예뻐서 핸드폰으로 한 두장 사진을 찍어보기도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사진 속 낙엽은 그저 땅바닥을 구르는 낙엽일 뿐. 한숨을 내쉬고 옷깃을 여미고 다시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걷는다.
나는 11월이 그렇다.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고, 안달도 나고, 예쁘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내 마음을 어느 방향으로 두어야 할지, 앞으로 두고 나아가기에도 애매하고, 뒤를 돌아보며 곱씹기도 애매한 그런 달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세상 모든 것이 무채색이 되지는 않은 달, 자세히 보면 아직 남아 있는 마지막 기회처럼 흔들리는 잎사귀들이 꽤 많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달.
꽃시장에는 이제 꽃보다 단풍이 든 잎과 나무가지, 붉게 물든 열매들이 더 주목을 받는다. 꽃들도 화사하고 방긋방긋 웃는 천진한 것들보다 무겁고 묵직하고 어딘지 쓸쓸해 보이는 아이들이 더 많다. 혹은 아주 빠르게 선보이는 구근식물들도 조금씩 등장한다. 가을로도, 겨울로도, 혹은 봄으로도 건너뛸 수 있는 11월의 꽃들은 한 걸음 뒤로 뒤처진 사람처럼, 앞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는 누군가처럼, 제자리를 종종걸음치는 나처럼 모든 것이 뒤섞여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쓸쓸하다.
아직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리스나 갈란드를 만들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해서 그건 12월에 할일로 미뤄둔다. 조금 덜 본격적이지만 무채색이 섞인 마음을 띄워보기 위해 가볍고도 유연한, 그리고 밝은 열매들이 가들 달린 노박덩굴 두 단을 산다.
노란 껍질에 쌓인 노박덩굴은 까치밥이라고도 불리우는데, 약간 딱딱한 껍질 안에는 채도가 높은 주황색의 작은 열매들이 들어 있다. 환타보다도 맑은 주황색이다. 열매가 달린 노박덩굴은 잎이 거의 달려 있지 않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어지러운 형태로 그냥 대충 동여맨채로 팔린다. 그걸 풀어내다가 아까운 잔 가지들이 부러지거나 열매들이 후두둑 떨어질 때도 많다.
그래도 괜찮은 건, 아직도 많은 잔가지들이, 열매들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아직 기회가 넉넉히 남은 기분이 든다. 혹은 몇번쯤 틀려도 티가 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자신감이 붙는다. 고마울 따름이다.
꽃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을 때는 형태가 정확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는 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공식처럼 이렇게 꽂으면 이런 모양이 나오는 것, 이런 모양을 만들어야지하고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지는 꽃들을 좋아했다. 그게 잘 한 것처럼 느껴졌다.
몇년 전 내가 예쁘다고, 마음에 든다고 저장해 두었던 꽃 작품들 사진을 다시 꺼내어 본다. 그 속의 꽃들은 지나치게 장식적이거나 지나치게 통제되어 있다. 축구공처럼 모난곳 없이 동그랗게 잡은 꽃다발과 그 아래 방사형으로 질서정연하게 뻗는 줄기들, 초승달을 그대로 베어온 듯, 찔릴 듯 뾰족한 선이 살아있는 어레인지먼트 같은 것들이다. 누군가가 보면 ‘어머, 이걸 어떻게 만들었지?’ ‘어머, 이런 걸 만들려면 연습을 많이해야겠다' 싶은 그런 것들이다.시간이 지날 수록 그런 게 재미 없어지기 시작했다. 슬쩍만 건드려도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꽃과 나무들이 마음에 점점 더 들어왔다. 내 가이드가 없어도 자신을 충분히 드러내는 선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내가 무언가를 정말 만들 수 있을까? 그것도 이미 그 자체로 완벽히 아름다운 꽃을 가지고?’
내가 갑작스럽게 마음에 변화가 생긴 건 이런 의문때문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내가 완벽한 무언가를 만지작거려서 얻게될 결과물에 대한 경우의 수는 두가지라는 걸 깨달았다. 원래 완벽하게 태어난 그 자체처럼 완벽한 그대로로 남는다. 만질 수록 나처럼 완벽하지 않은 무언가가 된다
내가 굳이 2번을 위해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였다.
굳이?
내가 ‘노력’으로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가능한 건 나 자신 정도일까? 사실 노력을 통해 나 자신을 완벽한 존재로 만드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이미 평생에 걸쳐 그 노력을 하고 있으니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 자신의 마음 말고는 이리저리 휘두를 생각은 그냥 접는 게 낫겠다. 누가 나를 붙잡고 흔드는 것도 너무 싫은데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필요는 없겠지. 그래, 나 자신에게도 그렇겠다.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는 그 달의 에세이를 써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꽃, 직접 만든 꽃,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여 발행합니다.
저의 글과 꽃과 사진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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