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Flowers_ 소국/천일홍/열매들
브런치에 연재된 플라워 에세이 '일 년, 열두 달 흔들리는 꽃'이 2021년 4월 말,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판/발간됩니다.
이제 서점에서 만나요!
'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은 매월,
하나의 에세이와 그 달에 어울리는 꽃과 사진을 정리한 이야기, 총 2개의 글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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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 그리고 겨울의 느낌이 시작될락 말락한 10월에는 국화 종류에 속하는 꽃들과 꽃들이 지고난 뒤 맺은 열매나 씨앗꼬투리 소재들이 많이 나온다.
세상 꽃들의 종류는 정말 셀수도 없이 많지만 크게 나누어지는 갈래로 살펴보면 꽤 많은 가을 꽃들이 국화를 뿌리로 두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장미과나 미나리아재비과의 꽃들보다 국화과의 꽃들이 훨씬 서로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장미를 보면서 벚꽃이나 오이초, 조팝나무가 장미과에 속한다는 것을 떠올리거나 모란꽃이나 라넌큘러스를 보면서 클레마티스와 같은 미나리아재비과이 꽃이하는 것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그렇지만 소국을 보면서 구절초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나 과꽃이나 금잔화, 마가렛, 거베라 등의 꽃을 보며 같은 국화과의 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대체로 동그란 중앙부를 홑, 또는 겹의 꽃잎들이 둥글게 둘러싸고 있다. 해바라기를 떠올리면 쉬운데, 해바라기 역시 국화과의 꽃 중 하나이다. 우리가 처음 꽃을 그리기 시작한 어린 시절 대부분의 아이들이 꽃을 그리라고 하면 하던, 바로 그 모양이 국화과 꽃들의 대표적인 모양이다.
하지만 모양만으로 꽃을 분간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나는 국화과 꽃들이 가진 특유의 향으로 그들을 구분하기도 한다. 국화차를 한번이라도 마셔본 사람은 국화의 진하고도 개성있는 향을 잊을 수 없다. 꽃 향기지만 공중으로 가볍게 흩어지는 향수같은 향이 아니라 한약방에 들어갔을 때 나는 향처럼 묵직하고도 진지한 향이다. 국화향은 후 불면 날아갈 것처럼 가볍게 흩어지지 않고 공기 중에 녹아 있다가 내가 숨을 슥 들이마시면 코 끝에 살짝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 국화과의 꽃들은 비교적 다른 꽃들보다 가격대가 높지 않고, 수명이 길다. 단 하나의 단점은 줄기의 라인이 낭창낭창한 것보다 직선이거나 유연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되기엔 조금 억센 느낌이 있다. 그래서 가을에 아주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소국은 컬러에 있어서 정말 지치지 않는 다양성을 뽐내지만 주로 필러 플라워로, 매스 플라워나 액센트 플라워의 사이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천일홍은 한때 좋아했다가 이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꽃이된 꽃인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시들지 않기'때문이고, 내가 싫어하는 이유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두 이유는 비슷한 종류일 것이다. 천일홍은 작은 알사탕처럼 동그랗고 바스락거리는 꽃인데 우리가 보는 '꽃'부분은 사실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꽃은 바스락거리는 화려한 색 안에, 아주 작고 멀리서 빛나는 별처럼 박혀있다.
천일이 간다고 하여 천일홍이라 불리우기 때문에 '오래가는 꽃'을 원한다면 천일홍 만한 것이 없다. 꽃받침 안의 꽃이 시들어도 티가 거의 나지 않고, 줄기 역시 잎이 많이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말려두기도 쉽다. 다만 거꾸로 매달아 말리지 않으면 줄기가 휘어지거나, 꽃 목이 굽을 수 있으니 원래의 형태르 유지하려면 꼭 거꾸로 말려야한다. 다 마른 후에는 다시 원래대로 뒤집어 두어도 된다.
그 밖에도 10월은 결실의 계절이다. 봄에 피었던 꽃들이 지고, 여름 내 꽃이 진 자리에서 바쁘게 무언가가 열심히 자라나, 씨앗을 품고 있는 씨방이 되거나, 열매가 된다. 꽃시장에도 연신 새로운 종자들이 소재로 소개되는데, 꽃고추는 방울토마토처럼 생겼지만 조금 더 단단해서 어레인지먼트를 만들 때 조금 수월하게 쓸 수 있다. 밤나무 가지도 잠깐 스치듯 등장하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밤송이가 벌어져 안에 있는 알밤이 또르르 떨어지기도 한다. 밤가지를 꽃소재로 쓸 때에는 너무 여문 것보다 아직 덜 여문 것을 써야 잘 떠어지지 않는다. 밤송이는 생각보다 가시가 따갑고 위험하기 때문에 다룰 때에는 작업용 장갑을 끼고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10월 말이되면, 말 많고 탈많은 그 놈의 '할로윈데이' 시즌이 찾아온다. 나는 할로윈데이를 기다리기 때문이 아니라, 그 즈음 나오는 관상용 호박들이 보고싶어서 할로윈 시즌을 기다린다. 관상용 호박을 본적 없는 사람들은 이 예쁜 것들이 호박이라는 것을 첫눈에 믿지 않는다. 작은 참외같기도 하고, 메론같기도 하고, 밑부분을 따로 칠한 것 같기도 하고, 윗부분을 칠한 것 같기도 하다. 국자처럼 생긴 것도 있고, 울룩불룩한 종기가 난 것처럼 생긴 것도 있다.
호박은 과일보다 단단하고 단물이 적기 때문에 벌레가 꼬이지 않고 겨울시즌 내 감상할 수도 있다. 건조하고 서늘한 실내에서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표주박처럼 안이 말라 텅 비고 겉부분만 딱딱하게 굳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호박 모형처럼 되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간직하 수 있게 된다.
10월의 꽃시장에는 겨울로 넘어가기 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꽃, 열매, 나무 등이 정말 다양하게 나온다. 단순히 '꽃'에만 집착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찾아본다면 더욱 재미있는 꽃놀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팬클럽 분들이 좋아하는 배우의 공연장으로 보낸 꽃 도시락.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할 때마다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의 꽃이길 바라서 최대한 활력이 느껴지는 컬러로 구성했다.
나무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우와'하는 탄성이 나오길 바라면서. 오아시스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에는 큰 파스타접시와 물이끼를 넣어서 물처리를 했다. 이 꽃이 진 뒤 그 파스타 접시가 그의 집 찬장에 머무를 수 있길.
만드는 내내 밤송이들이 어찌나 잘 떨어지던지, 완성될 즈음엔 가지에 붙어 있는 밤송이가 하나도 없을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만들었다. 툭 떨어진 밤송이 하나가 도르르륵 굴러가 손님의 발 밑에 멈췄는데 '따가우니까 줍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가 밤송이를 주워들다가 '아얏!'하고 소리쳤다.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보다 밤가시의 튼튼함은 엄청났다.
밤송이 말고도, 수숫대, 꽃고추, 어저귀 열매, 맨드라미 같은 가을느낌이 물씬 나는 소재들을 잔뜩 사용했다.
꽃시장에서 아주 실한 줄맨드라미(아마란서스)를 발견하고 계획에 없던 것이었는데 충동적으로 구입했다. 이런 종류의 꽃은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징그럽다'며 자신의 꽃다발이나 꽃바구니에는 끼워주는 것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00% 나를 위해 샀다. 식물이지만 동물적인 느낌이 나는 꽃들은 언제나 신기함을 넘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만져보면 더더욱.
이렇게 매력적인 텍스처와 라인을 가진 꽃들은 과감하게 써 줘야 그 매력이 산다. 이 언어레인지먼트에서는 최대한 원래의 길이를 조절하지 않고 길고, 야생느낌이 나도록 사용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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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첫번째 월요일에는 그 달의 에세이를 써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꽃, 직접 만든 꽃,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여 발행합니다.
저의 글과 꽃과 사진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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