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인간
나 외의 타인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아니, 그건 적당한 질문이 아니다.
나는 인간의 존재의 이유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
내가 궁금한 것은 다른 존재와 내가
왜 굳이 연대를 하며 살아야 하냐는 것이다.
아니, 사실 그것도 정확한 질문은 아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내가 의문을 품는다해도
이미 유명한 사회과학자들이 지겹도록 연구하고 밝혀낸 결과일테니.
나는 혼자살 수도 없고, 굳이 그럴 이유도 없는
사회적 동물의 일원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니까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그들과 어느 정도의 거리로,
어느 정도의 깊이로 연대를 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나는 (의외로) 외토리가 아니다.
평균적으로 평범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고, 평균적으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평탄한 환경안에서 꽤 바르게 자라났고, 많지는 않지만 간간이 연락을 나누고 만날 친구가 있고,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균적으로 달콤한 연애를 하고 결혼도 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나는 평균적으로 적정한 범위내에서 내 인생에 쏟아진 여러 퀘스트들을 모두 해결한 것 같다.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3kg대 후반의 건강한 신생아의 평균 몸무게로 태어나 적당한 유치원 생활을 거쳐 평균을 약간 상회하는 성적으로 고등교육까지 마치고 다들 대학생이 되는 나이에 딱 맞춰 다들 아는 대학에 들어갔고 평균적으로 첫직장을 가질 나이에 취업을 하여 다들 아는 회사에서 아주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고, 짬은 적당히 찼으나 아직은 충분히 젊은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이루기 위해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며 내 가게 차리고 운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결혼 적령기의 끝가락쯤에서 나만큼이나 평범해보이는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했으니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신이 평균이라는 말을 인간으로 빚어 만든 것이라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그러나 나는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와 관계를 맺고 나와 친분을 나누는 사람 하나 하나를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과 보낸 시간과 경험, 애정은 모두 소중한 추억이고 원만히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며 살 것이다. 하지만 아마 어떤 순간이 되면 나는 이 소중한 사람과 관계와 우리가 나눈 모든 기간들을 다 치워버리는 악수를 두더라도 가차없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그 순간은 그들이 내 본질을 너무 가까이 이해하고자 다가설 때 일 것이다. 이게 정확한 설명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휘력이 부족한 것인지 문장력이 부족한 것인지 나는 그 '느낌'을 한 마디로 정의내려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누군가는 '아....오지랖 이야기인가?' 라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사회성 이야기인가?'라고 할 수도 있겠고, 또 누군가는 '무슨 얘긴지 모르겠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어.'라고 할 수도 있다. 그건 정말 느낌적인 느낌이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대해 궁금해 하고 정의 내리고 싶어하고, 완전히 파악하고 싶어한다. 모든 관심의 축은 나에게 있다. 나의 세상은 나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밖으로 뻗어나간다. 내가 이런 것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고, 내가 저런 것을 불편해 하기 때문에 저런 것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나는 그와 연대할 수 있다. 그것은 나로부터 뻗어나가 펼쳐진 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연대로 인해 내 자신이 불편함이나 불쾌감을 느낀다면 그런 곁가지는 얼마든지 잘라버릴 수 있고 그 연대가 내 중심 축을 향해 뻗어온다면 역시나 얼마든지 외면할 수 있다.
이런 나를 '이기적인 인간이군?'이라고 생각한다면 사실 나는 보통 세상이 말하는 이기적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과는 조금 성향이 다르다. 그 예시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나는 타인을 위해 내가 가진 이익을 포기하는것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10여년째 꾸준히 사회단체에 기부를 해오고 있으며 환경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상업적인 플로리스트이면서 플로랄폼을 쓰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내에게 떨어진 몫을 조금 덜 먹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세상에 이기적인 인간을 참아주는 것, 무례한 인간을 곁에 두는 것, 나에대한 과도한 관심을 애정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을 받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은 너무 많다.
세상에 그런 인간이 많은 것 그 자체는 역시나 상관이 없다. 그런것이 세상이라면 내가 굳이 그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너무 많은 '그런 인간'들이 내 인생에 얽히고 설키는 것이 참으로 스트레스다. 나는 점점 더 많은 가치를 잘라내며 내 안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었으니 적당한 형태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닥치면 한다. 그러나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게 된다.
그럼 문제는 무엇인가.
문제는 딱 하나.
이런 나의 행복이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싶다. 나와는 다른, 싫은 사람이 너무나 많이 바글거리는 이 세상에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고, 그로인해 나의 삶을 망가뜨리지도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그대로의 삶을 살아내고 싶다. 결국 나는 나 자신 밖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고 나 혼자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섣불리 정의내리기도, 정리하기도 어려운 문제이면서 동시에 해결도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기로 한다. 왜냐면 내 행복에 대해 진정으로 정확한 방법으로 고민할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