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 코로나 후유증을 이겨내기 위해 싸우고 있어
Dear diary.
한동안 길을 잃었더랬어. 그래서 너에게 할 말을 찾지 못했어. 겉보기에는 달라진 것 없는 일상이었는데, 마음이 어느 곳으로도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었어. 맑게 정화되지 못하니까 썩는 물처럼 자꾸 몸 여기저기가 아프더라.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고 찾아서 하는 것도 귀찮아지고 그냥 하루하루 흘러가는대로 생각 없이 살아내는 기분이었어. 그 기분이 참 싫은데, 정말 매일을 작지만 소중한 의미들로 채워 나가고 싶은데, 막상 스스로를 다독이며 힘을 내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 그래도 오늘은 어떤 이야기든 너한테 해보기로 마음 먹었어.
내가 왜 그렇게 느꼈던 걸까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현재의 어정쩡한 현실이 끼치는 영향인 것 같아. 그래, 코로나 락다운이 해제되면서 얼만큼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가 컸었거든. 근데 막상 바깥세상으로 다시 나가보니 문이 열리기는 열렸는데 반쯤 열려 있는 거야. 점심을 먹으려고 들어간 라멘집에서는 들어오는 손님 하나하나 열체크를 하고, 내가 자주 가던 채식레스토랑은 아침메뉴를 없애고 메인메뉴와 샐러드 종류도 줄인 채 영업 중이었어. 펍도 열기는 했지만 더 이상 바에 앉거나 맥주만 시켜 먹을 수 없고 무조건 테이블에 앉아 음식과 함께 시켜야 한다는 거야. 몇 달 간 얼굴 못본 친구들을 만나려 해도 아직 카페 같은 장소에 가는 것을 꺼려하는 친구도 있고, 대중교통을 피하려는 친구도 있어서 만날 약속을 잡는 게 쉽지 않은 거 있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거의 코로나 전과 비슷해졌는데 분위기가 확실히 전과는 달라. 오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야. 사람들 얼굴 표정도 어쩐지 예전보다 어둡고 굳어있는 것아. 철 모르는 십대들이 마스크도 안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무시한 채 우르르 내 곁을 지나가면 사실 나도 모르게 긴장 되고 신경이 예민해져. 어쩌면 그럴 때 내 얼굴도 내가 보는 거리의 사람들처럼 경직되어 있으려나 모르겠어.
아예 완전 락다운이 되었을 때는 완전한 포기가 가능했고, 제한된, 하지만 분명한 조건 안에서 내 일상을 재설계하는 게 가능했던 것 같아. 어차피 밖에 나가지 못하니 집안에서 할 일, 즐길 수 있는 일들을 찾았고, 그 새로운 일상으로 바쁘고 알차게 하루를 살았지. 늘 밖으로 싸돌아다니던 나에게는 집에서의 하루 자체가 새로웠고, 그래서 그 변화를 나름 새로운 자극으로 즐겼던 것 같아.
그런데 이제 나는 밖에 나갈 수 있는데, 매일 가던 더블린, 블랙락, 던리어리 아무데나 내가 원하면 가서 카페에서 글도 쓰고 공부도 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확 당기지를 않아. 확진자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바이러스에 걸릴 위험이 여전히 도처에 있으니 마음 놓고 자유를 즐기기에는 아직 불안한 상황인 거지. 게다가 예약 필수, 한 그룹 당 제한시간 1시간 30분, 비용은 카드로만 결제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더해지니 고작 절반의 자유인 셈이야. 그래서 나는 요즘 예전처럼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과 밖에서 커피 한잔 하겠다고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어. 마음상태가 이렇다 보니 집에서 무언가를 하려 해도 의욕이 잘 생기지를 않아. 그렇게 시간은 하는 것 없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그런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다시 잘해 보자 다짐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마음이 자꾸만 지치는 것 같아. 요즘 코로나 이후 우울증, 상실감, 불안감, 무력감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나도 코로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걸까?
그래도 오랜만에 너한테 이렇게 마음을 솔직하게 쏟아놓고 나니 한결 개운해진 기분이야. 늘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중요한 건 실패를 반복한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려는 의지겠지! 일곱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어린 시절 좋아했던 <개구리 왕눈이>의 가사가 갑자기 생각난다. 오늘은 오랜만에 날씨가 참 좋아. 햇살은 투명하게 반짝이고 파란 하늘 속 하얀 구름들이 그림처럼 예뻐. 점심을 먹고 나면 좀 긴 산책을 해야겠어. 그리고 나를 사랑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야지. 오늘은 내 자신에게 화이팅을 외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