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자
식단을 하며 먹는 양을 줄였더니 변비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다이어트를 할 때 물을 충분히 마셔줘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천은 어려웠다. 자고 일어나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시는 것은 습관이 되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이상하게 물을 마시지 않았다.
하루에 물 2리터 마시는 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알람을 맞춰놓고 500ml씩 4번을 나누어 마셔본 적이 있다. 갈증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물 500ml를 마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을 마시는 것까지는 해냈는데,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시니 화장실을 수시로 드나들어야 했다.
몸에 수분이 서서히 흡수되는 느낌보다 소변으로 바로 배출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변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2~3일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런 고민을 큰언니에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언니와는 다이어트, 피부, 화장품, 맛집 등에 대해 평소에도 정보를 공유하는 편이라 도움을 받지 않을까 해서였다.
언니는 유명 여자 연예인이 모델인 다이어트 유산균을 추천해 주었다. 아랫배가 들어가고 변비에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주문했다. 2~3일을 먹자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변비 고민 외에도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으면 정말 좋겠다 싶어 3개월을 꾸준히 먹었다.
3개월치를 다 먹고 유산균을 안 먹었더니 다시 변비가 시작되었다. 안 되겠다 싶어 재주문을 했다.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를 보려면 6개월은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 6개월을 꾸준히 먹었다. 6개월을 다 먹고 다시 중단했더니 또 변비가 생겼다.
그렇게 먹었다 끊었다를 1년 넘게 반복하다가 이걸 평생 먹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도움을 받는 건 좋지만 먹을 때만 효과가 있는 건 내가 원하는 해결방법이 아니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즉 장을 건강한 상태로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그제야 찾아보게 되었다.
유익균을 늘려라
우리 몸에는 인체 세포 수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많은 수의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그중 90%가 대장, 소장 등의 소화기관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장 속 미생물은 세 가지로 구분이 되는데,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이 30%,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 유해균이 5~10%, 상황에 따라 유익균이나 유해균으로 성질을 바꾸는 중간균이 60~65%라고 한다.
건강한 장을 만들려면 유익균이 우세한 환경에서 유해균과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유익균만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장 내 미생물은 먹이를 필요로 하는데 유익균이 좋아하는 먹이는 식이섬유다. 반대로 유해균이 좋아하는 먹이는 먹이는 식이섬유가 부족한 고지방 음식들이다.
평소 인스턴트식품과 가공식품, 기름기가 많은 육류를 많이 섭취했다면 유해균에게 먹이를 공급해 준 것이 된다. 유해균이 우세한 환경에서 건강한 장을 기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때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를 외쳤던 것이 떠올랐다. 유익균을 이기게 하려면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 주어야 하고, 유해균이 이기게 하려면 지방이 많고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어주면 된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쉬웠다.
장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유익균을 응원해야 한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를 먹자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는 쑥갓, 미나리, 상치, 풋고추, 고사리, 우엉, 연근, 도라지, 숙주, 근대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곡류에는 현미, 율무, 보리, 귀리, 고구마, 토란, 옥수수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김, 미역, 미역줄기, 다시마, 파래 등과 같은 해조류에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출처: 삼성서울병원 영양팀>
다이어트 유산균을 끊고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곡류, 해조류를 충분히 섭취하려고 노력했다.
흰 쌀 밥 대신 현미와 귀리를 섞은 잡곡밥을 먹었고,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등어나 닭가슴살을 먹을 때 쌈채소를 꼭 먹었다. 특히, 케일을 주 2~3회 정도 먹었다.
케일은 식이섬유가 많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비타민K, 칼슘, 마그네슘 함량도 높은 채소다. 또한 베타카로틴이 풍부해서 우리 몸의 활성 산소를 억제해 주어 항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면역력 향상과 항암 효과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출처: 케일의 특징 및 효능>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즙 형태로 갈아먹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편하게 쌈채소로 즐겨 먹었다. 마트에 가면 모둠쌈도 있고, 쌈케일도 쉽게 구입할 수 있어서 편했다.
케일을 포함한 쌈채소와 잡곡밥을 하루 한 끼는 꼭 먹어주고, 매일 1리터 내외의 물을 마시려고 노력했다. 다이어트 유산균을 안 먹은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변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의 노력이 마침내 몸속 유익균들을 승리로 이끈 것이다.
중년의 다이어트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이어야 한다
'장(腸)이 건강해야 장수(長壽)한다.'는 말이 있다.
무병장수는 누구나 바라는 삶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며 먹고, 마시고, 자고, 배출하는 모든 활동들이 누적되어 무병장수냐 아니냐를 결정한다.
사실 나도 그동안은 건강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언제까지나 젊고 건강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40대 중반을 맞이하고 몸에 하나 둘 이전과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아, 이제 더 이상 건강에 대해 자만하면 안 되는구나.'를 깨달았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40대 중반이면 건강을 챙기기 딱 좋은 나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 건강한 식습관으로 바꾸고, 장이 건강해지는 음식을 먹어주는 것, 그것이 무병장수로 가는 첫걸음이다.
갱년기가 걱정되어 시작한 다이어트가 내게는 건강한 삶의 방향으로 안내해 준 고마운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