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필요한 영양소를 제때 공급해야 건강하게 뺄 수 있다
"하루에 네끼를 드셔야 해요."
"네? 세끼가 아니라 네끼를 먹으라고요?"
나 홀로 다이어트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해 2월 말 집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 PT 등록을 했다. 첫 시간에 담당 트레이너와 식단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트레이너는 나의 식사 시간과 메뉴, 먹는 양 등을 물어보았고, 내 나름의 다이어트 식단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었다.
메모를 해 가며 열심히 듣던 트레이너가 처음 얘기해 준 말이 하루 네끼를 먹으라는 것이었다. 세끼를 먹어도 살이 안 빠져서 고민인 사람에게 네끼를 먹으라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트레이너는 차분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잘 먹어야 잘 빠진다
세끼 중 점심과 저녁 사이 간격이 너무 벌어져 있다고 했다. 우리 몸은 필요한 영양소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조금씩 규칙적으로 먹어주게 되면 안정적으로 열량이 소비되지만 허기진 상태에서 저녁을 먹게 되면 과식을 할 수도 있고, 저녁에 먹는 음식은 에너지로 사용되기보다 지방으로 저장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간식도 안 먹고 마냥 버텼는데, 올바른 방법은 아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오후 3~4시에 간식을 먹으라고 했다. 이때 간식을 먹게 되면 허기짐이 줄어들어 저녁 식사 때 과식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영양소 공급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제때 잘 먹어줘야 원하시는 체중감량도 잘 될 수 있어요."
우리 몸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골고루 필요하다. 각 영양소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하루동안 식사를 통해 균형 잡힌 영양소 공급이 잘 이루어져야 신진대사가 원활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적게 먹어야 살이 빠질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우리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덜 먹으면 더욱더 많은 지방을 저장해 비상식량으로 채우고, 빼앗기지 않으려 한다.
필요한 영양소를 끼니마다 골고루 공급해 주면 우리 몸은 소비하고 남은 에너지를 소량만 저장하도록 스스로 조절한다.
그동안 진행했던 식단의 문제점을 파악했으니 다음 날부터 바로 네끼 식단으로 수정했다.
건강한 간식을 먹자
간식이라고 해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특히, 빵, 믹스커피, 과자 등 밀가루, 인스턴트식품, 달달한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트레이너가 제안한 간식 종류는 견과류, 저지방 우유, 아몬드 브리즈, 그릭요거트, 방울토마토 정도였다.
그중에서 업무 시간 중에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견과류와 단백질 쉐이크를 주로 챙겨 먹었다. 오후 간식을 챙겨 먹기 시작하면서 저녁 식사량이 조금씩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덜 먹게 되었다. 간식을 챙겨 먹는 게 큰 차이가 날까 싶었지만 전문가의 말을 믿기로 했으니 꾸준히 노력했다.
당연히 저녁 식사 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12:12 간헐적 단식의 효과도 얻게 되었다.
건강한 네끼로 얻은 결과
하루 네끼를 먹으며 트레이너에게 사진을 보내고 피드백을 받았다. 처음에는 내가 먹은 음식을 사진으로 남기고 누군가에게 보내는 게 어색했다. 숙제를 잘 못하는 게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트레이너의 피드백을 통해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고, 양 조절을 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PT를 시작했을 때와 3주 뒤에 인바디를 측정했다. 예상보다 결과가 더 잘 나왔다.
체중은 1.6kg 줄었고, 근육은 거의 빠지지 않고 체지방만 1.1 kg이 빠졌다. 혼자서는 아무리 운동을 하고 식단을 해도 내려가지 않던 체중이 전문가의 도움과 피드백으로 3주 만에 줄어든 것이다.
무엇보다 하루 세끼가 아닌 네끼를 먹어도 살이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잘 먹어야 잘 빠진다는 말이 맞았다.
몸은 정직하다
다이어트를 하며 가장 많이 깨달은 것은 우리 몸은 아주 섬세하고 세심하게 세팅된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인풋 Input이 있어야 아웃풋 Output이 있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먹었느냐에 따라 체중과 체지방도 그에 맞는 결과를 보여준다.
많이 먹어도 살 안 찌는 체질이 부럽기도 하지만 내 몸은 아주아주 정직해서 그런 속임수는 허락하지 않는다. 정직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 정직한 인풋이 있어야 정직한 아웃풋도 나온다.
지금도 규칙적인 네끼 식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건강한 간식이 건강한 저녁 식사로 이어질 수 있기에 빠뜨릴 수 없게 되었다.
단기간에 다이어트를 끝내려고 했던 생각을 고쳐먹고 평생 건강한 식단을 유지해 나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래야 중년을 넘어 노년이 되어도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