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대용 쉐이크에 의지해서는 안된다
누군가 그랬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다이어트 중에는 체중계 숫자에 집착을 해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몸무게는 하루에도 2~3kg이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특히 여성의 경우 생리 전에 체중이 증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숫자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식단을 지키고 운동을 하면 분명 변화는 일어난다.
하지만 어리석고 조급한 마음은 눈바디 보다 숫자에 집착을 하게 되고 더 빨리 더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맨다.
나 역시 그랬다. 1년이 넘게 식단을 하고 운동도 하고 있는데 체중계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물론 전혀 안 빠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목표 체중에 도달하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슬슬 스트레스가 생겼다.
뭔가 확실하고 한 방에 다이어트 성공을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가정의학과 의사 한 분이 추천하는 S 다이어트를 알게 되었다.
이 다이어트는 단백질 쉐이크, 간헐적 단식, 일반식을 병행하며 4주간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S 다이어트 방법을 추천한 의사 분의 말로는 이 방법대로 하면 근육은 빠지지 않고 체지방만 뺄 수 있다고 했다. 4주라면 한 번 도전해 볼 만하다 생각했다.
4주간의 대장정에 앞서 정확한 식사 스케줄을 엑셀로 정리하고 단백질 쉐이크도 주문했다. 처음 3일이 가장 힘든데 아침, 점심, 저녁과 간식 총 네 번을 모두 단백질 쉐이크로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난생처음으로 하루도 아닌 3일을 단백질 쉐이크로만 끼니를 때우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큰 맘을 먹고 시작한 다이어트 방법이라 포기하지는 않았다.
4일 차 아침에 체중을 재어보니 1kg이 빠져 있었다. 아무것도 안 먹고 단백질 쉐이크만 먹었기 때문에 안 빠질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뒤로 1주 차는 점심만 일반식을 먹고, 나머지는 단백질 쉐이크를 먹었다. 2주 차는 아침은 단백질 쉐이크, 점심, 저녁은 일반식, 간식은 견과류를 먹고, 24시간 단식을 한 번 진행했다. 3주 차는 2주 차와 식사 방식은 동일하지만 24시간 단식을 2회 진행해야 했다. 간헐적 단식 요일은 본인이 정해서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정하면 되었다.
다이어트를 진행하며 너무 기대가 컸는지 예상만큼 줄어들지 않는 체중에 실망이 커졌다. 3주 차 들어서면서 점점 기운이 없어졌고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졌다. 그래도 꾹 참고 3주 차까지 진행했는데 4주 차에 생리를 시작했다. 몸은 무겁고 우울감이 커졌다. 붓기인지 수분인지 지방인지 모를 체중까지 증가해서 더 우울했다.
이때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무게 좀 줄여 보겠다고 시작한 다이어트로 우울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건강하고 행복해지려고 선택한 다이어트가 그것과 반대 결과를 얻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제야 여성 호르몬과 생리주기에 따른 몸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생리 주기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
여성의 몸은 생리 주기에 따라 호르몬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생리기, 배란기, 생리 준비기 별로 호르몬의 분비가 달라지며 이에 따라 신체의 반응도 달라진다. 그래서 여성의 다이어트는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몸 안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의 변화를 무시한 채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득 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생리기간에는 균형 잡힌 영양소를 공급해주어야 하고, 무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생리가 끝난 후 1주일 간이 다이어트 황금기라고 흔히 말한다. 이때는 근력운동, 유산소 운동도 충분히 해 주어도 괜찮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여성에게 다이어트가 힘든 이유는 다이어트가 가능한 날은 한 달에 겨우 7일 정도뿐이다. 사람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생리 불순이나 무월경 증상도 생길 수 있다.
갱년기가 되면 여성들은 이전과 비슷하게 먹어도 살이 더 찐다고들 말한다. 이것 또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가 원인이다.
에스트로겐이 분비될 때는 엉덩이, 허벅지, 가슴 쪽으로 지방을 저장한다. 하지만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면 이런 부위로는 더 이상 지방을 저장하지 않고, 복부에 지방을 저장하게 된다.
많은 중년 여성들의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나에게도 곧 있을 일이라 서글프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다이어트 선택하기
호르몬 변화를 참고하지 않았던 S 다이어트는 4주 차에 중단했다. 내 몸이 원하는 다이어트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에 성공하신 분들도 분명 있다. 다만 나한테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리 기간을 피해서 다시 도전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다이어트 후에 재었던 인바디에서 근육은 빠지고 체지방이 늘어난 결과를 맞게 되었다. 트레이너와 상담 끝에 원래의 식단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내 나름의 다이어트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단백질 쉐이크만 먹고 다이어트하지 않기
-과식한 다음 날 저녁은 단백질 쉐이크로 조절하기
-급찐급빠 다이어트는 2주를 넘기지 않기
이렇게 내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 무리하지 않게 식단을 진행하니 스트레스도 훨씬 줄어들고 체중 조절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든 과하면 안 된다. 특히 건강하게 지키고 유지해야 할 몸을 상대로 무리한 실험을 해서는 더더 안된다.
여성으로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몸의 변화가 두렵기도 하지만 지금의 이 경험들을 가지고 슬기롭게 갱년기를 맞이하려고 한다. 내 몸과 마음의 주인은 나 자신이기에 파도타기를 하듯 유연하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즐겨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