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소시민의 꿈이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것이라면, 다이어터의 꿈은 많이 먹고 운동 안 해도 살이 안 찌는 것이다.
여러모로 둘 다 어려워 보인다.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갈 때면 마음속으로 늘 이렇게 생각했다.
'어제보다 더 빠져 있으면 좋겠다.'
갑자기 입이 터져 지난 저녁에 과식을 했더라도 간사한 마음은 체중이 줄어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
덜 먹고 열심히 운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체중계 숫자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체중이 더 증가할 때도 있다.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다이어트 중에는 체중계 숫자에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다이어터들이 체중계 숫자에 일희일비하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들이는 노력보다 더 많이 체중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욕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한 번은 매일 체중을 재고 달력에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스트레스만 더 늘었다. 소수점 한 자리에 예민해지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5개월이 지나서야 더 이상 기록하지 않기로 했다.
몸은 서서히 변한다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더라도 처음부터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허리살, 팔뚝살, 허벅지살 등등 몸에는 여전히 과잉지방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오늘의 내 몸은 어제까지의 먹고 운동한 결과이고, 오늘의 노력은 내일의 몸을 변화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식단을 지키고, 주 2~3회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빠뜨리지 않았다. 운동을 해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 때는 '이게 맞나? 이게 되나?'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럴 때면 하루 쉬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까워 포기하지도 못한다.
PT를 시작하고 1~2개월 차에는 몸의 변화가 거의 없어 보였다. 체중이 조금 줄기는 해도 거울 속 내 모습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그러다가 가장 큰 변화를 느낀 것은 운동한 지 4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다. 운동을 하는데 트레이너가 얘기해 주었다.
"요즘 군살이 많이 정리된 것 같아요."
정말 그랬다. 운동할 때 입는 레깅스의 핏이 조금 달라 보였고, 팔과 허리 라인이 정리된 것 같았다. 그때 체중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눈바디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경험했다. 그때부터 운동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내 몸도 변하긴 변하는구나.'라고 그제야 믿게 되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하지 않던가. 눈바디가 중요하다고 수백 번 들어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100% 믿지를 못했던 거다.
그러나 단 한 번의 경험으로 그때부터는 체중계 숫자보다 눈바디를 더 체크하게 되었다.
지방이 빠진 자리에 근육을 채우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운동을 하던 초반에는 군살을 가리기 바빴다. 여성 전용 PT 센터라 몸매가 드러나는 탑과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는 분들도 꽤 있었다. 나도 언젠가 옆구리로 삐져나오는 살이 빠지면 과감한 운동복을 입어보리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기도 했다.
인증 사진도 찍지 않았다. SNS 해시태그 중 '#오운완'은 '오늘 운동 완료'의 줄임말로 운동 후 인증사진을 올릴 때 사용한다. 운동 후 인증사진을 찍어 '#오운완'과 함께 사진을 올리는 상상도 많이 했다. 그때는 그게 나의 작은 꿈이었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하고 의심을 가지기도 했었다.
변할 것 같지 않던 내 몸이 변하면서 기록으로 남겨두는데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1년이 넘게 식단을 하고 4개월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내 몸은 다시 디자인되고 있었다.
지방이 빠진 자리에 근육이 채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몸은 지방을 뺏기지 않으려고 하고, 동시에 근육을 만드는 걸 기피한다.
지방이 많은 몸은 열량 소비를 덜 하지만 근육이 많은 몸은 같은 양의 식사를 해도 열량으로 더 많이 소비한다. 지방과 근육의 부피도 차이가 많이 난다.
다이어트를 한다면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몸이 서서히 바뀌기를 기다려줘야 한다. 그래야 요요를 겪지 않으며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
요즘도 매일 아침 체중계는 재고 있다. 한 가지 더 빼놓지 않는 것이 눈바디 체크다. 운동을 며칠 빼먹으면 어김없이 옆구리 살과 뱃살이 부풀어 올라 붇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날은 조금 덜 먹고, 30분이라도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찌는 것은 쉬워도 빼는 것은 어렵다. 그걸 알게 되었기에 현재 체중을 유지하며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몸은 서서히 변한다. 다이어트가 지난하고 지루하더라도 자신의 몸을 믿고 꾸준히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