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식사법으로 지속가능한 식사습관을 만들자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을 어떻게 먹었길래 살이 쪘는지 되짚어 보는 것이었다.
대식가는 아니지만 먹는 것도 좋아하고 음식을 남기는 법도 없었다. 배가 부를 때까지 먹어야 숟가락을 놓았고, 때로는 과식을 하기도 했다.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아도 끼니가 되면 일단 먹었다. 떡볶이가 먹고 싶으면 떡볶이를 먹었고, 순댓국이 먹고 싶으면 고민 없이 순댓국을 먹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불규칙했고 8시가 넘어서 밥을 먹기도 했다. 잠잘 시간이 다 되었는데 배가 고프면 냉장고를 열어먹을 걸 찾아보기도 했다.
지난날의 식습관을 떠올려보니 몸을 위한 식사가 아닌 입이 원하는 식사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식습관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라 예상은 했지만 건강을 위해서 미룰 수는 없었다.
유튜브, 블로그, 신문 기사 등을 샅샅이 뒤지며 다이어트법을 찾아보았다.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했다는 제목에 솔깃해서 들여다보면 굶거나 다이어트 약을 먹었다거나 지방 흡입 시술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40대 중반에 들어선 내가 굶어서 뺀다거나 시술을 받거나 원푸드 다이어트로 체중을 감량할 마음은 애당초 없었다. 건강해지려고 선택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단기간의 체중 감량보다는 건강을 지키며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다이어트에 목표를 두었다.
넘쳐나는 다이어트 정보들 중에서 '거꾸로 식사법'을 선택한 이유는 지속가능한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일반 식사를 그대로 하면서도 체중 조절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KBS 프로그램의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거꾸로 식사법'을 자세하게 다룬 내용이 있다. 비만과 당뇨 전단계 증상을 가진 참가자들이 '거꾸로 식사법'을 3주간 진행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참가자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2~6kg 정도 체중이 감량되었고,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중성지방 수치도 정상 범위에 들어온 것이다.
단, 3주간의 노력으로 큰 변화를 만든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식사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을까?
거꾸로 식사법이란?
'거꾸로 식사법'은 식사 순서를 채소→단백질→지방→탄수화물 순서로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밥, 국, 반찬이 한 상에 다 차려진 상태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보통은 숟가락을 들어서 흰쌀밥을 먼저 먹고 국이나 반찬을 먹었다. 어려서부터 이렇게 먹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집밥뿐만 아니라 외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이렇게 먹어도 건강에 대해 크게 염려할 바는 없었다. 하지만 먹거리가 넘쳐 나는 요즘은 과잉 영양 공급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혈당 스파이크를 조심하라
우리 몸의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된 각 영양소는 분해과정을 거쳐 흡수된다. 흡수된 영양분은 우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이중, 탄수화물은 위에서 소화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변한다. 이때,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하고, 분비된 인슐린은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혈액 속에 함유되어 있는 포도당을 '혈당'이라고 하는데,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가 다시 저혈당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췌장이 인슐린을 적게 분비하거나 아예 인슐린 분비를 하지 못하게 되면 포도당의 세포 내 흡수가 원활하지 못해 혈관에 포도당이 넘쳐나게 되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이것이 당뇨병이다.
식후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나 빵, 과자 등을 먹게 되면 혈당 스파이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다. 입이 심심해서 혹은 달달한 게 당겨서 무심코 입에 넣었던 과일이나 과자가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켰다는 것을 ‘거꾸로 식사법’을 공부하며 알게 되었다.
중년의 다이어트는 건강도 챙겨야 한다. 혈당이 정상 범위 안에서 완만하게 유지된다면 건강도 지키고 체중감량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쉽게 하는 거꾸로 식사법
'거꾸로 식사법'에서는 채소를 먼저 먹는다. 채소를 먼저 먹게 되면 포만감도 느끼고,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당뇨 증상을 가진 참가자들의 체중이 줄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포만감을 느끼면서 저절로 식사량이 줄어들었고, 가장 마지막에 먹는 밥 양도 줄었기 때문이다.
식사 순서를 바꾸기 위해 식탁에 채소를 항상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채소를 먼저 먹었다.
오이, 당근, 파프리카, 양배추, 양상추, 방울토마토 등등, 마트에서 구하기 쉬운 채소로 가볍게 샐러드를 만들었다. 채소는 5~10분 정도 식사 초반에 꼭꼭 씹어 먹는다. 그다음 단백질 음식을 먹는다. 주로 고등어, 닭가슴살, 두부를 먹었다. 지방은 따로 섭취하기보다 샐러드에 올리브유나 들기름을 넣어서 먹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다음에 밥을 먹었는데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반공기 정도 김치나 김과 먹었다.
외식할 때도 있고, 채소를 미처 준비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되도록이면 순서대로 먹으려고 노력했다.
갱년기를 앞둔 중년의 다이어트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이렇게 먹은 지 1년이 지나니, 지금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거꾸로 식사법'을 실천하게 되었다. 건강한 식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쉽게 되지는 않았다. 식단 초반에는 떡볶이, 튀김, 자장면, 라면, 피자, 햄버거가 너무 먹고 싶었다. 평소에 즐겨 먹던 음식들도 아닌데, 안 먹으려고 하니 더 먹고 싶었다. 먹방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꾸준히 노력했더니 이제는 밀가루 음식과 패스트푸드가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다. 라면이 먹고 싶을 때가 가끔 있는데, 억지로 참기 보다 조금 먹기도 한다. 다만 식사순서는 반드시 지킨다. 한 가지 이상의 채소를 먼저 먹은 다음에 달걀이나 닭가슴살을 먹고 나서 라면을 먹는다. (단, 라면은 반개만, 수프도 소량만 넣는다.) 이렇게 먹으면 포만감이 느껴져서 라면이 남을 때도 있다. 내게는 놀라운 변화였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했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각하고 먹지 않으면 먹는 대로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먹고 싶은 대로 먹었다면 이제부터는 생각하고 먹는다는 게 내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다. '거꾸로 식사법'으로 지금까지 체중을 5kg 정도 감량했고, 현재도 유지 중이다.
다이어트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과 같기에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천천히 좋은 식습관을 만들어 간다면 우리 몸은 반드시 그에 합당한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을 지난 1년 간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지속가능한 식습관으로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 중년을 넘어 노년의 건강까지도 이어가는 탄탄한 기반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