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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결혼, 아이를 갖는다는 것

by May
머릿속 안에서 우려하던 작은 퍼즐은 곧 현실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일 년간 미국 시애틀- 캐나다 밴쿠버를 오고 가며 장거리 연애를 했고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아이는 생기면 낳고 아니면 우리 둘이 즐겁게 살자'

남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둘 다 아이를 백 프로 간절하게 원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몇 가지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첫째, 우리 둘 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에는 현실적으로 젊지 않은 나이라는 것. 둘 다 마흔이 넘은 우리는 지금 아이를 낳는다면 최소 20년, 뒷바라지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나이 60이 훌쩍 넘어버린다.

지금 우리의 마음은 아이를 낳아서 얻는 행복과 기쁨보다는 하나뿐인 우리의 인생에 더 집중하며 살고 싶다.


둘째, 아이를 갖겠다고 여기에 매달리고 집착하며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아서다. 모든 것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나 스스로에게 주고 싶지 않아서이다. 모든 것은 물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고 싶다. 억지로 무엇인가를 이루는데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다.

마흔이 넘는 나이까지 참으로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노력하며 살아왔다. 솔직히 이제는 조금 편안해지고 싶다. 아이를 낳아 희생하기보다는 차라리 그 노력으로 노후를 준비하여 편안한 은퇴 후의 삶을 기대하고 싶다.


얼마 전부터 시어머니께서 한 두 마디씩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한 말씀을 하시기 시작했다.

너희들도 아이를 어서 낳아야지

아이를 기대하시는 양가 부모님들의 마음을 모르는바 아니기에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잠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 문제만큼은 그 어떤 누구도 조언을 해줄 수 없고 우리가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다.


어떤 문제던지 "... 해야지"라고 말하는 의무감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갖게 할 수 없다. 조언은 하되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 번으로 끝나야 한다.

그 사람 인생을 죽을 때까지 대신 살아줄 것이 아니라면 하물며 가족이라 할지라도 무언가를 해야 된다고 억지로 강요해서는 안된다.


한 생명체를 끝까지 책임지며 산다는 것, 그리고 그 결정을 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선택이어야 한다.


언젠가 소중한 생명체가 우리에게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면 세상 둘도 없는 사랑을 주며 행복한 아이로 키울 생각이다.


아이를 원하시는 시어머니의 마음도 우리 부모님의 마음도 잘 알기에 그 마음을 모질게 외면하고 싶지는 않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생채기를 낼 수도 있다.

미운 며느리가 될 각오도 어느 정도는 하고 있어야겠다.

각자 부모님에게 알아서 잘 말씀드리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남편과 나는 아이를 낳는 문제에 생각이 일치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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