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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가운데 손가락 욕을 먹은 날

by May

미국에 오자마자 무조건 해야 했던 것은 운전연습이었다.

미국에서는 차가 곧 발이다. 차가 없으면 생활이 매우 불편하다. 버스정류장이 아주 군데군데 있기는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도로 위에 지나가는 버스를 봐도 사람들이 거의 타고 있지 않은 휑한 버스 그 자체다.


여태껏 살면서 차가 없는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잘 살아왔는데. 여기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운전을 해야 했고 요즘 조금씩 조금씩 운전을 배우고 있다.


며칠 전 제한속도 40 MPH 인 3차선 도로를 45마일로 가고 있었다. 잠시 후 뒤에 따라오던 차가 빵빵하고 크랙션을 울렸다. 도로 위를 규정대로 달리고 있었고 차 뒤에는 Student Driver (초보운전) 표시판도 붙여져 있었다. 도대체 뭘 잘못한 건가 싶어 같이 크랙션을 울렸더니 부웅- 하며 순간 빠른 속도로 내 차를 추월해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마침 공교롭게도 걸린 신호대기.


얼마나 앞에서 뻘쭘해하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던 찰나,

앞 차의 운전석 창문이 스르르 열린다. 곧이어 창문 밖으로 나를 향해 보란 듯이 가운데 손가락 욕을 보인다.


나도 창문을 내렸다. 그 사람을 향해 같이 손가락 욕을 해주려다 순간 멈칫.

저 사람 건드렸다가 갑자기 총이라도 꺼내 쏘면 어떡하지. 순간 총으로 무참히 사람들을 죽이는 외국 어느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외국 사람들의 똘끼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차원이 다른 몇 수 위의 똘끼라는 걸 알기에... 감히 건드리기가 겁이 난다.

그리고 총기 소유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는 미국이다.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빴지만 마음을 누르고 진정시키며 창문을 올린다. 그 사이 앞차는 다시 한번 창문 밖으로 나를 향하며 보란 듯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창문을 열고-나를 향한 가운데 손가락 욕은 이상하게도 슬로 모션으로 천천히 지나갔다. 그리고 그 몇 초간의 기억들은 몇 주가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뚜렷한 잔상으로 남았다.


다음번에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떤 방법으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딱히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처럼 상대를 안 하고 무시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같이 맞서 나는 양 손가락으로 욕을 해줘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놈의 총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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