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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사진

by May


"아빠, 저 쪽이 예쁘다. 얼른 가서 서봐바"

예쁜 풍경 하나라도 놓칠까 아빠를 세워 놓고 얼른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언젠가 아빠는 겨울날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가 추워 보여서 싫다고 했는데... 사진 속 안 아빠의 모습을 보니 저릿저릿 마음이 메어져 온다.

푸르른 잎사귀들도 어느새 다 떨어지고 이제는 열매하나 기대할 수 없이 오직 자신에게만 의지하며 버티는 겨울나무처럼. 건장한 모습의 아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건강하지 못한 당신의 몸을 움켜쥐고 의지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남은 여생을 보내고 계셨다.

오랜 기간 앓아온 당뇨로 인하여 너무 말라버린 아빠의 모습을 보면 조금이라도 바람이 불면 휘청일 거 같은 마른 나뭇가지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아빠, 좀 웃어봐"라는 말에 옅은 웃음을 지어 보이지만 이미 여기저기 깊게 파인 주름들은 그 웃음마저 덮고 있다.


사진 속 아빠의 모습, 여기저기 남겨져 있는 공백들은 참 무심하기도 하다.

앞으로 사진을 찍을 때 아빠의 독사진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모습으로 남겨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서 있는 모습으로라도 쓸쓸한 아빠 옆 자리를 따뜻한 온기로 채워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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