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넘어담근 첫 무김치

by May

타지에서 생활하니 늘 김치가 아쉽다.

특히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고등어김치찜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배추김치가 특히나 더 생각이 난다.


조그만 봉지에 배추 반포기 정도 들어가 있는 김치를 H마트에서도 쉽사리 구할 수 있기는 하지만 가격대비 양이 만족스럽지 않다.


김치에 대해 푸념 어린 말을 할 때마다 늘 엄마 잔소리를 들었다.

"배추김치는 어려워도 무김치는 별거 아니야. 한 번만 해보면 어렵지 않아"

김치는 죽었다 깨어나도 담그기 싫다는 딸을 달래 가며 마음을 돌리려 하는 엄마의 말씀은 늘 흘려 들었다. 번거로운 준비과정은 생각만 해도 복잡했다. 그뿐인가, 반나절 절여놓아야 하고 그 사이에 양념을 준비해야 되고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더해야 완성이 된다는 생각이기에 더욱더 하기가 싫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티다가 드디어 처음으로 김치를 만들어보았다.

버티고 버텨보다가 만들기 가장 쉽다는 무김치에 도전해 봤다.


유튜브 어딘가에서 본건 있어서 사이다까지 한병 사와 무에 절여놓았다.

뉴슈가와 천일염, 그리고 사이다에 반나절 정도를 절여놓고 물을 따라버려 고춧가루로 색을 입혔다. 마늘과 액젓 그리고 양파를 믹서기에 갈고 골고루 섞어주었더니 그럴듯한 무김치가 완성되었다.


홀로 김치를 담그다 보니 엄마 얼굴이 자꾸만 스쳐 지나갔다. 수십 년간을 이렇게 김치를 만들었을 엄마 생각에 마음 한쪽이 저릿저릿 해져왔다.


마흔 넘은 막내딸이 드디어 처음으로 김치를 담갔다.


그렇게 오늘도 철이 들어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