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1.
레 보드 쁘호벙스
계획에 없던 곳인데 제자 녀석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찍어주어 '빛의 채석장' 바로 뒤쪽 마을이지만 되돌아 간 마을.
'레 보드 쁘호벙스'에서 '보(Bauk)는 '절벽을 뜻한다고 한다. 마을의 이름처럼 깎아지른 절벽으로 우뚝 선 곳에 있는 마을이다.
17C 루이 13세 시대에 반란의 거점이 될 것을 우려해 왕이 파괴를 명했고, 결국 '죽은 마을'이라는 슬픈 별명을 얻었단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배경이 되었다고도 함) 프랑스의 아름다운 마을로 꼽히는 여러 마을을 방문했지만 압도적 1위는 바로 이곳. 정말 '카메라를 대는 곳마다 작품'이라는 말이 실현되는 곳이다. '죽음, 지옥' 등의 묘사는 너무 억울한 단어 선택이라 느껴질 만큼 바람과 시간의 흔적이 만들어낸 따뜻한 아름다움이었다.
벽에 손을 대면 하얗게 가루가 늘어날 만큼 낡은 마을 성당을 남편은 자기가 본 성당 중 최고라고 표현했다. 시골의 투박하고 낡은 성당이지만 전실성과 진솔함이 전달될 만큼 진심의 장소임이 느껴진다. 이곳 성당에서 발견한 한국어 기도문에 반가웠음) 작은 기도실이 곳곳에 있는 것도 인상적.
마을의 꼭대기엔 그야말로 '바람의 언덕'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에 있다 나타났는지 몰아치는 바람등이 모든 시름과 마음의 찌꺼기를 날려주는 듯한 뻥 뚫리는 쾌감을 준다. 이 작은 마을 꼭대기에 이리 넓은 광야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말을 타고 양팔을 벌리고 서있는 동상을 본 사람은 누구나 같은 포즈를 취하게 된다. 나의 코를 통해 들어온 바람들이 내 몸의 이곳저곳 모든 구석구석을 관통해 씻어주는 듯하다.
생 폴 드 모졸 요양원
빈센트 반 고흐가 요양하며 작품 활동을 했던 곳.
이곳은 아쉽게 임시휴업 상태다.
레 보 드 쁘호벙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려봤다.
정신 요양원이어서 인지 안이 잘 보이지 않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주변 곳곳에 반 고흐의 작품들과 그 배경이 되었던 풍경이 함께 배치되어 있어 명화와 실제 풍경을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고흐의 얼굴 옆에 뭐라 쓰인 그들이 있어서 하나하나 반역기를 돌려보니 '이곳은 사유지니 조심해라', '올리브를 따지 마라' 등 일상적 안내문이었다.
고흐의 얼굴 덕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도록 팬심을 이용한 엄중한 경고가 귀엽고 위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