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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매이 May 07. 2020

밀린 관극 후기 짧게 쓰기

2020년 3월-4월 관극 정산

3월 플레이앱 관극 기록

3월

총 16회 관극, 4개 작품


-뮤지컬 [마리 퀴리]

최다 관극 기록을 경신했다. 2월부터 총 14회 차를 본 [마리 퀴리]. 2월에 아이다와 고흐를 보느라 개막하고 한 달 가까이 지난 다음 본 데다가 상연 기간이 짧았으니 14회 차만 본 것이지... 더 길게 했다면 몇 번을 더 봤을지 나도 알 수 없다. 위인전기 같다는 평가, 지나치게 착해서 지루한 극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았지만 [마리 퀴리]의 모든 장면을 사랑하게 되어서 난 이미 객관성 상실. 이과형 뮤지컬에 감성이 되어주고 상대 배역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던 대배우 김소향, 마리 퀴리 위인전에서 튀어나온 듯 실존인물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 정인지, 또렷하고 단호한 21세기형 마리 퀴리를 보여주어 나의 최애 마리가 된 리사. 터프하지만 여린 마카롱 안느 김히어라, 말랑말랑 하지만 단호한 인절미 안느 이봄소리. 그리고 무대 위의 모든 배우들을 사랑했다. 볼만큼 보면 덜 울 줄 알았는데 그냥 우는 타이밍만 빨라지고 (주인공들이 초반에 행복하게 웃어도 앞날의 슬픔을 이미 알고 있어서 관객은 운다..) 매 번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극장을 나왔다. 코로나19가 한창인 때라  많은 극이 중단되고 취소되는 와중이어서 배우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너무도 소중했던 극. 어서 다시 와요. 앵콜로 와요. 사랑하는 삼마리 투안느 다 데리고 와요.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노골적인 페미니즘 텍스트. 제우스의 바람기로 괴로워하는 헤라는 제우스가 아닌 상대 여성(사실 그들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 또는 그냥 강간의 피해자들이 대부분)들을 쫓아다니며 저주하고, 아프로디테는 원할 때 원하는 남성과 잘 수 있는 자유로운 여성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이며 아르테미스는 레디컬 페미니스트에 가깝지만 자신의 유일한 연인이었던 오리온의 진면목을 모르는 척한다. 연극은 남성폭력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점층적으로 보여준다.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 너 없이는 못 살겠다는 구애로 시작(이때 찌질한 남자들의 모습을 관객들을 깔깔 웃으며 즐겁게 바라본다)해서 여성을 소유물이나 재화로 취급해 권력으로 거래하고 폭력을 동반해 억압(이때 극장 안은 그야말로 얼어붙는다. 남성 캐릭터의 행동과 말이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굉장히 충격적임)하는 데에 이른다. 마지막에 나오는 오리온과 아프로디테의 이야기는 일견 데이트 폭력보다는 온화해 보이지만, 성폭력이 남성 카르텔 안에서 남성성을 입증하고 유대를 쌓는 도구로 이용된다는 사실까지 슬며시 보여줘서 내 기준에서는 가장 섬뜩했던 장면.  재밌고 흥미로운 극이었는데 이때 내가 [마리 퀴리]에 너무 미쳐있어서 한 번 밖에 못 봤다.


-뮤지컬 [미드나잇 : 앤틀러스]

이 극도 정말 재밌다. 남성 배우가 맡던 비지터 역을 여성인 유리아 배우가 맡아서 더욱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젠더 프리 외에도 '우먼' 캐릭터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기적이고 도덕 없는 여자 캐릭터를 찾는다면 미드나잇을 꼭 봐야 한다. 비지터는 누구인가, 그리고 우먼은 어디로 가는가... 에 대한 긴 후기를 나중에 한 번 적어봐야겠다. 


-뮤지컬 [드라큘라]

오랜만(한 달만)에 본 대극장 뮤지컬이라 설렜는데, 아... 취향이 아니었다. 배우들이 우는데 2층 구석에 앉은 나는 소외감만 들었다. 아무래도 다시 본다고 내가 재밌어할 것 같진 않음.


4월 플레이앱 관극기록

4월

총 11회 관극, 6개 작품


-뮤지컬 [리지]

이미 긴 후기를 썼는데... 너무 재밌다. 더블 캐스트, 8명의 배우를 모두 애정 해서 아무 날이나 캐스트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 되고 괜찮은 자리가 있으면 그냥 가고 있다. 1막에서는 사자처럼 으르렁대고 욕망이 노골적인 나하나 리지를 사랑하고 2막에서는 마치 죽음에서 돌아와 돌변한 듯 조소가 어울리는 날카로운 유리아 리지를 사랑한다... 고 하지만 어쨌든 둘 다 좋음. 이영미, 최현선, 김려원, 홍서영, 제이민, 최수진.. 다 사랑해. 하여간 볼 때마다 최애캐가 바뀌고 최애페어가 바뀌니 보고 또 보고 할 수밖에 없다. 개막주 이후로 서영 엠마를 너무 못 봐서 다시 본 다음에 전 캐스트 후기를 따로 쓸 예정.


-뮤지컬 [데미안]

데미안과 싱클레어, 2인극인데 젠더 프리 캐스트로 여성 배우들도 참여했다. 유승현 싱클레어, 전성민 데미안으로 봤는데... 음.... 일단 이 날 너무 피곤해서 초반에 약간 졸았고, 한 12번 보면 극의 재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극이어서 한 번 보고 끝냈다. 전성민 데미안은 정말 아름답더라.


-뮤지컬 [미드나잇 : 앤틀러스]

또 봤다. 볼수록 재밌음.


-연극 [데스트랩]

1막에 깜짝 놀랄 반전이 있다고 해서 '내가 그렇게 쉽게 놀라는 사람이 아닌데~?' 했다가 비명 질렀다. 휴. 헬가 캐릭터 귀엽고 적절한 유머에 적절한 긴장감까지. 재밌는 극은 맞는데, 좀.... 촌스러웠다.


-연극 [오백에 삼십]

대학로 오픈런 공연 처음 봤다. 사실 본격적으로 연뮤를 보기 전에 라이어 라이어였나? 오픈런 공연을 본 것 같기도 한데... 기억에 없음. 굉장히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서 (거리 말고 심리적으로) 놀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빠르게 감정에 몰입하는 것도 놀랐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고 캐릭터 설정도 결혼 이민자, 사법고시생(폐지됐잖아?), 성노동자 등으로 꽤 익숙했다. 나처럼 고지식한 페미니스트에게 위험하게 느껴지는 설정과 대사들도 몇 부분 있었고. 흠.


-연극 [언체인]

이거 재밌음. 역시 젠더 프리로 기존에 남성 배우가 해 오던 역할에 여성 배우들도 캐스팅된 극이다. 나는 안유진 마크와 정인지 싱어로 봤다.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고, 다 이해했다! 싶으면 다음 씬에서 애써 정리한 서사를 와르르 무너뜨려서 그야말로 내 안은 혼란의 도가니. 회전극만 없으면 한 번은 더 보고 싶은 극이다.


(*[마리 퀴리]와 [리지]라는 너무 확고한 회전극이 있어서 다른 극들은 대부분 한 번 보고 끝내버렸네. 다 나름 매력이 있는 극인데... 내 마음에는 방이 많은데 내 통장엔 잔고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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