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18 취미 발레
해외 사이트에 보면 분명 XL 사이즈까지 있는 레오타드(발레복)도 한국에는 L사이즈 까지만 수입된다.
왜 일까.
필라테스용 레깅스를 고를 때도, 심지어 러닝용 트레이닝복을 사러 갔을 때도 대다수의 브랜드가 제한적인 사이즈만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인생 대부분의 시기를 과체중과 비만 사이 어디쯤에서 보내고 있는 처지에서는 운동이란 무엇이며 운동복은 무엇인지, 운동복의 기능과 사이즈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원하는 브랜드에서 사이즈 맞는 레오타드를 사기도 어려운 처지지만(물론 이번에 산 유미코 레오타드가 사이즈가 유독 인색한 편. 다른 브랜드의 L사이즈는 무난하게 맞다) 그래도 나는 취미 발레가 좋다.
부드러운 선율을 들으며 다리를 뻗고 뛰고 날개뼈부터 손끝까지 우아한 선을 만드는 것이 좋고 연어 색 스타킹과 몸에 착 붙는 레오타드를 입은 거울 속 나를 보며 내 몸의 기능에 집중하는 시간이 좋다.
아름답고 우아한 무용이지만 사실 취미 발레 기초반은 잘해봐야 율동이고 대체로 몸부림 수준이라... 내겐 일단 몸의 기능, 을 알아가는 게 중요한 단계.
그런데 이런 취미 발레에 레오타드 사이즈가 진입장벽을 만들고 특정 범위 내의 신체만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다니 여간 불합리하지 않다.
같은 맥락으로 신체를 보기에 아름답게(?) 강조한 레깅스 등 운동복 광고 역시 불합리하긴 마찬가지. 레오타드는 비교적 전공생들이 직접 입고 광고하는 편이지만 가끔 그저 날씬한 모델에게 입혀둔 경우가 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로 불쾌감을 느낀다.
나는 운동을 한다.
사이즈가 아닌 운동을 위한 운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