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낭만이라는 말이 닿는 자리엔
한때 초라했던 것들이 빛을 입고,
무의미했던 것들이 특별해진다.
나는 이 단어를
나이가 들어도 품고 싶다.
멀리 두고 싶은 것들이 있을 때면
낭만적인 것에 한 걸음 다가선다.
그곳엔 불가항력적인 힘이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낭만은
새벽녘 동대문 시장의 뜨거운 열기,
그것은
누군가 바친 청춘의 시간이기도 하고,
희끗한 머리 위로 번지는
노인의 따뜻한 웃음이기도 하다.
낭만은 비교하지 않는다.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다.
경쟁도, 우위도,
낭만의 언어엔 없다.
낭만은 오직 순간 속에 머문다.
햇살과 바람,
살아 있는 것들의 움직임,
물가를 떠도는 오리의 발자국,
겨울 끝자락, 새순이 움트는 가지.
정성이 깃든 한 끼의 따뜻함,
꾹꾹 눌러쓴 편지 한 장.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의 궤적,
라디오에서 흐르는 익숙한 노래,
길모퉁이에서 퍼지는 그리운 고국의 냄새.
한 걸음, 한 걸음 가로지를 때마다-
발밑에서 울리는 나의 발자국 소리,
언제나 한결같이 흐르는 물소리,
바람결에 후드드 떨어지는 나뭇잎의 향연,
비어진 가지 사이에서 쉼을 하는 작은 새,
세상물정 모르는 듯한 맑은 눈의 청설모,
길가에서 마주하는 낯선 이들의 이유 없는 다정함,
그리고,
세상에 물들어 잊고 있던
캄캄한 밤하늘 속 별빛의 고요함,
낭만은 언제나 같은 곳에 있다.
다가설지, 머물지, 지나칠지는
오직 나의 몫.
봄이 오는 소리가 저 멀리 들려온다.
봄의 소리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