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내가 누군가를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누군가를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한동안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해한다는 것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그리고 누군가를 이해시키는 일도,
나에겐 조금 외로운 일이란 생각도 들었다.
특히 타지에 나와 남편이랑 둘이서만
살다 보니 안 해보던 생각들을
문득 깊게 하게 된다.
나는 아무래도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이
멀리 떨어져 있다.
시차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무엇보다 나이가 들다 보니
점점 나의 가치관도 조금씩 변한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이해했던 것들이
낯설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변함없이 아낌없이 지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가끔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으면
피로도가 몰려오고,
때론 스트레스가 훅 치솟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러고 나면 죄책감도 동시에 따라온다.
가족이지만, 친구지만, 가까운 사이라지만,
어쩔 땐 남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무엇보다 남이라면 오히려 더 가볍게 넘길일도
소중한 사람들이기에 이해하기 버거울 때
마음도 무거워진다.
답답함이 밀려오고, 내 생각과 다른 그들의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진다.
아마 나도 어느새 누군가에게는 그런 존재가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 한 자리에만 앉아 있던 사람이었다.
늘 내가 편안하고 선호하는 위치에만 고정되어 앉았다
한국에선 집에서 의자의 위치를 바꾼 적이
없던 사람이다.
그 자리에 앉는 게 당연했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
익숙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인 것이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
가족이나 친구의 이야기도,
내가 들어주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환경이 변하고,
성향도 달라지면서,
미국에서는 매일 내가 앉을자리를 바꿔 앉게 되었다.
이렇게도 앉아보고, 저렇게도 앉아보니-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보이는 뷰가 달라지니,
생각의 변화가 생겼다.
정말 별 거 아니지만 나는 내가 앉은자리를 바꾸며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다.
내가 늘 앉던 자리에서 벗어나자,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왜 한 곳만 바라보고 살았을까?
고정적으로 만나던 사람만 만났고
대체로 변화를 두려워했던 기질이다.
이런 스스로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여전히 그런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정해둔 틀 안에서 기준을 삼고 살아오던 방식이 조금씩 흔들렸다.
삶의 구조가 변하자,
나를 이루고 있던 관계들도 서서히 달라졌다.
주어진 대로, 익숙한 해석만 붙들고 살고 있진 않았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결국,
내가 만들어놓은 패턴과 습관의 산물이 아닐까.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그 범위 안에서만
이해하려 하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누구나 서로를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보려 한다.
이해하려 애쓰는 대신, 존중하는 태도로 살아가기로.
이해와 존중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지만,
그 감정 자체를 존중할 순 있다.
어쩌면,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했던 건,
내가 내 방식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려 했던 건 아닐까.
막연한 이해를 가장하며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치던 나에서,
이제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때론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태도가
바탕이 된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려 한다.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상황이 꼭 나쁜 것도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이라고 해서,
틀린 것도 아니다.
그러니 답답해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결국,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온전히 알 수도,
이해할 수도, 판단할 수도 없는 존재들이니까.
그러니 이제는,
억지로 이해하려 애쓰는 대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완벽한 이해보다, 완전한 존중을 택하기로 한다.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관계는 훨씬 더 편안해진다.
그리고 그 편안함 위에서야말로,
진짜 사랑과 연대가 자란다는 걸
이제는 조금이나마 정리가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