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따뜻한 떡국을 끓여 나눠먹는 사람

온기 가득한 음식을 함께 먹으니 따뜻함이 배가되는 그런 날이었다.

by Maybe





과연 보스턴에서 얼마나 더 머무르게 될까?

정말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었던 작년 이맘때,
남편은 면접을 보러 다니느라

다소 긴장되고 분주한 겨울을 보냈다.

다행히도 남편이 원하는 병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보스턴 생활을 일년 더 연장하게 되었다.
아마 살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지나간 한 해를 경험한 것 같다.

그리고 어느덧 우리는 2025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미래는 예측 불가다.
내년엔 어디에서 머물게 될지,
아니 가까운 미래조차 불확실하다.

올여름, 또다시 이사를 준비해야 한다.
이로써 나는 미국에서 여섯 번의 이사를

경험한 사람이 되겠지....

지난해, 외로울 틈 없이

내 보스턴 생활을 살뜰히 챙겨주신 홍콩 이모와
함께 영어 수업을 듣게 되며 만난 한국인 동생들,
그리고 나를 달리는 사람으로

이끌어준 동네 언니까지.
나는 어디 가서 사회자 타입은 절대 아니지만,

이번엔 동네 여자들의 만남을 기쁘게 주선해 보았다.

모두 타지에서, 여전히 낯선 나라에서
때로는 외로운 나와 싸우고,
또 남편 하나 바라보고 이곳에서의

삶을 어렵게 결정한 사람들이었다.
그 공통점은 우리를 더 가깝게 이해하게 한다.
때로는 오래 알고 지낸 친구보다도

서로를 각별히 이해하게 만드는

공통된 희로애락이 분명 있다.

아파 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할 수 있듯,
타지에서 외로움을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감정을
우리는 서로 살뜰히,

적정한 거리 안에서 세밀히 채워주었다.

새해를 맞아, 막 한국에서 다녀와 이사를 하느라

애쓴 동생에게 몸보신을 시켜주고 싶었다.
그 취지로 새해 떡국을 함께 나누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떡국을 준비하며.. 타지에서 느꼈던 외로움-

설움, 슬픔 훌훌 털어내고-

올 해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단단히 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준비해 봤다.


(p.s - 정성스러운 디저트를 준비해 온 두 분 덕분에 진심으로 호사스러운 만찬이 되었다.
비주얼만큼 맛도 정말 근사했다.)

전 날 깨끗하게 세척해둔 재료들로 풍성히 채워봤다.


한국에서 이고 지고 온 "편백찜기"로
전 날 미리 세척하고 햇볕에

보송하게 말려둔 야채들을 예쁘게 담고,
몸에 좋다는 초록색 야채와 소고기,

관자를 올려 찜 요리를 준비했다.

-

나는 이들이 참 좋다.
미국에 와서 피상적인 관계에 지쳤던 적도 있었고,
여전히 모든 관계가 쉽지 않게 느껴지는

까다로운 성격의 사람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들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참 편안하다. 오래 보고 자라온 사람 같다.

홍콩 이모는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이해해 주시고,
동생들은 이제 막 미국 생활을 시작했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나는 또 새롭게 배워간다

찜 요리를 먹은 후, 2차로는 "떡국 한 그릇"을

준비했다.

사실 이날의 메인 메뉴는 떡국이었다.
해물과 고기에서 우러난 깊은 육수에

미리 불려둔 떡을 넣고,
소고기와 야채를 추가해 보글보글 끓여주면-

그야말로 간단하지만 깊고 따뜻한 맛의

떡국이 뚝딱 완성된다.
귀여운 메추리알은 깨알 같은 포인트로 더했다.
멀티태스킹이 서툰 내가 지단까지

챙길 자신은 없어서 대체해 준비해 두었다.

올해 나만의 키워드는
내 안의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단연 중요하지만,
남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고 집중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성향과 가치관을 지녔다.
살아가면서 내가 아닌 남을, 그런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든다.
하지만 이해해 보려는 작은 노력과 마음.

그 태도의 시작은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때로는 어렵고 이해되지 않는 상대의 이야기에
방어적이고 때론 과하게 날을 세우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면 조금 머쓱하고 많이 부끄럽다.
이제는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그간 나를 돌보기도 하고 돌아보기도 했던 시간을

충분히 거쳐 온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다듬을 게 많은 나지만-

적어도 이젠 더 나은 나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누군가의 이유 없는 다정함들로 받았던,

살아갈 힘들을
이제는 나눠주고 흘려보낼 차례가 되었단 생각이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떡국 한 그릇을 나눠 먹을 때,
모두가 이 온기를 너무 좋아해주니...

피로감이 싹 사라졌다.
내 마음이 더 따뜻해지고, 힘을 얻었다.

결론은 25년도 떡국 한 그릇 든든히 먹었으니!

다시 힘을 내어,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나또한

다정한 사람이

되보자는 것.

조용한 결심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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