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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si Jan 05. 2025

오늘, 나는 25년도를 나답게 맞이하는 사람

올해도 나에게 나를 잘 부탁하며 적어본다.




새해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나라 안팎이 어지럽고, 안타까운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온다.

2024년의 마지막 날,

한국에서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렸다.

그 묵직한 울림이 내 마음에도 스며들었다. 올해를 시작하며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예측 가능한 유일한 계획이라면,

아파트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 집을 떠나야 한다는 것 정도다. 아마도 미국에서 정착하기까지

두어 번의 이사를 더 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이사하는 일은 언제나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벌써 다섯 번의 미국 이사를 겪으며

한 가지를 배웠다.

내가 거부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받아들인다는 건 포기하거나 체념한다는 뜻이 아니다. 조금 더 여유롭게, 덜 날이 선 모습으로 다가가는 법을 배웠다는 의미다. 이 변화는 나에게 꽤 큰 성취다.

그렇게 미국살이가 반십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니 놀랍다.

2024년은 내가 미국에 살면서 처음으로 한국에 가지 않았던 해였다. 이 또한 나에게 놀라운 변화다.

몸이 건강해졌고,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그런 변화를 떠올리며,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니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참 감사한 해였다고 느낀다.

새해를 맞이하며 여전히 무탈함을 꿈꾸고 싶지만, 늘 그렇듯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오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달리 받아들이고 싶다.

2024년 여름부터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달리고 있다. 글쓰기 역시 달리기처럼,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부담 없이 즐기는 일이 되길 바란다.

미국에서의 삶은 나에게 많은 걸 가르쳤다. 특히 ‘나다운 것’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가령, 누군가의 근사한 취향을 보며 매력을 느껴 구매한 어느 아이템보다도, 오래된 다이어리에 끄적인 내 글이 진짜 나를 대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취향과 기질은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그 변화조차 진짜 내 모습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도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하거나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 나이는 피해 갈 수 없지만, 나잇값을 못하는 삶은 나의 태도와 선택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지혜롭고 조금은 온화한 마음의 너비를 갖으며 둥글게 둥글게, 나이를 기쁘게 먹고 싶다.

생각해 보면 나는 대부분 빠른 마음의 속도로 무엇이든 해치우듯 무언가를 처리해 왔다. 좋은 루틴을 만들어가는 것도 때로는 의무감에서 시작되기도 했으며, 그래서 조금은 타이트하게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성취를 목표로 하기보다 그 과정 자체를 온전히 즐기고 싶다.

글쓰기도 그렇다. 정해진 요일에 쓰지 않으면 자책하고 후회를 반복하는 걸 그만하고 싶다. 이제는 자판을 두드리는 이 시간 그 자체로 즐겁기를 바란다. 부담과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나답게 살고 싶다.

올해 나는 이런 다짐을 해본다.
"대충" 또는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빨리 하자." 이런 말을 조심해야겠다.

모든 일이 효율로 가치를 평가할 순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 한들, 내 안에 즐거움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하나를 하더라도 진득이 바라보고, 사고의 시선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바꾸며 유연하게 살아가고 싶다.

시선의 틀을 깨고 또 새로운 걸 즐기는 나를 보며, 조금 더 진솔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25년도를 맞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를 늘 묻고, 답하며, 그 방향으로 조금씩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고 싶다.

미국에서 맞는 올 새해는 떡국대신 베이글로 정했다!
집 앞 찰스강에서- 슬픈일은 흘려 보내고 , 기쁜일은 흘려 오길 바라며



그렇게 내일의 나를,

25년도의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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