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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람 May 31. 2016

어쩌면 내 인생 최고의 책

칼 라르손, <셋을 위한 책>  

 

Carl Larsson,<book for three> , 54*72cm, painting wateroil, 1912



"뭐 보는 거야? 같이 보자!"

"나부터 다 본 다음에 누나 줄게. 잠깐만 기다려!"

무슨 책인지 궁금한 누나가 동생의 작은 어깨너머로 힐끗 시선을 건네고 있네. 

책에 집중한 동생은 누나의 시선에 책에 다달아 있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둘은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걸까요? 

그림 하나 없이 새까만 글씨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 책이 참 재미없어 보이는데 그림 속 소녀와 소년은 책에서 눈을 뗄 줄을 모릅니다. 소녀의 무릎 위의 고양이만 지루한 듯 몸을 배배 꼬고 있네요. 


저도 남동생이 있습니다. 

한 살 터울밖에 나지 않아서 어려서부터 친구처럼 지내왔던 동생입니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저와 동생은 시내에서 한참 들어가야 있는 외진 마을에서 지냈습니다. 

친구라곤 저에겐 동생, 동생에겐 저뿐이었죠. 

자전거도 함께 타고, 슈퍼도 같이 가고, 그림도 함께 그리도, 책도 같이 읽었습니다.

마치 저 그림 속의 오누이처럼 말이죠. 

연년생이었지만 동생이 저보다 체구도 작고 키도 한참 작았으니 어쩜 저와 동생이 함께 책을 읽는 어릴 적 모습이 저 그림과 닮았을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 사는 고모댁에 다녀오신 엄마 아빠가 사 온 선물 꾸러미 속에 들려 있던 10권의 세계명작동화가 제 인생 최초의 독서였던 것 같습니다. 시골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신기한 장난감과 달콤하고 새콤한 간식거리와 함께 엄마 손에 들려있던 하늘색 커버의 10권의 동화책.

독이든 사과를 먹어버린 백설공주와, 엄지손가락 만한 체구의 엄지공주님, 다락방에서 찍찍 거리는 쥐와 함께 살아가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소공녀, 거지 행세를 하던 왕자님 이야기......

몇 번을 읽고 또 읽고,  서로 먼저 보겠다고 다투기도 하고, 어깨너머로 훔쳐보기도 하고, 네 거 내 것 나눠가며 싸움도 하고.... 그때 그 동화책은 그 시절 최고의 놀이거리였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 자란 동생과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참 다른 성격 다른 외모를 가진 어른이 되었습니다. 서로 공통분모라고는 찾으래야 찾을 수 없어 보이죠. 더 이상 절대 같은 책에 흥미를 보이지도 않고, 서로의 취향을 같이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는 건 그때 그 시절 함께 공유한 추억들 덕분이겠죠.

그 뒤로 수많은 책을 읽고 접했지만 아직까지도 내 인생의 책은 떠듬떠듬 모르는 글자를 짚어가며 함께 읽었던 10권의 동화입니다. 아마 그건 동생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많이 다른 '우리'이지만 함께 만든 추억의 기억은 동일합니다.



그림을 그린 칼 라르손(CARL LARSSON)은 1853년 5월 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났습니다. 단란한 가정의 모습과 평화로운 전원의 풍경을 따뜻한 수채화로 많이 그렸던 화가이지요. 실제로 그는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어요. 미술가인 아내 카린 베르게와 결혼을 해서 자녀를 무려 여덟이나 두고 있었답니다. 종종 자신의 가족들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대요. 잔잔하고 소박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입가에 미소를 띠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그림을 몇 점 더 함께 볼게요.  아마 무척 보고 싶어 질 거예요.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이. 

<between christmas and new aco>, 1896
<in mother`s bed>
<hollyday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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