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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람 May 31. 2016

어린 시절은 늘 그립습니다

앙리 쥘 장 제오프루아, <교실, 공부하는 아이들>

유치원 2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 3년 총 6년, 대학교 4년…

대충 계산해도 무려 18년의 시간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냈네요. 

지금 제 나이가 서른다섯이니, 인생의 반절을 이상의 긴 시간 동안을 배우고 익히는 공간인 교실에서 보낸 셈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학창 시절을 아무리 떠올려도 수업을 받은 기억은 선명하지 않습니다. 친구들과 교실에서 우당탕탕 뛰어놀다 선생님께 혼났던 기억, 수업시간에 몰래 졸다 혼났던 기억, 옆자리 첫사랑 친구 때문에 가슴이 쿵닥쿵닥했던 기억,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고무줄놀이하던 기억, 도시락을 나누어 먹던 기억 들 뿐이니 말입니다. 가장 평범했던 시간들이라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았나 봅니다. 어쩜, 내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을 교실에서의 추억을 애써 떠올려봅니다.  

앙리 쥘 장 제오프루아, <교실, 공부하는 아이들>

프랑스 화가 앙리 쥘 장 제오프루아의 <교실, 공부하는 아이들>이란 그림을 보니 저도 어쩜 꼬꼬마 시절에 저렇게 교실에서 시간을 보냈겠구나 싶습니다. 선생님 옆에 한 어린 친구가 열심히 무언가를 받아 적고 있네요. 호기심 많은 이 친구는 아마도 수업 중에 궁금한 게 생겨 못내 참지 못하고 손을 들고 선생님께 여쭤본 모양입니다. 친절한 선생님은 다정하게 그 친구를 불러 옆에 끼고 가르쳐주는 중이고요. 아니, 어쩌면 한 명 한 명 방금 본 쪽지시험을 채점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네요. 저 뒤에 서 있는 친구를 보니 말이에요. 다른 친구들에겐 이때가 바로 딴짓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겠지요? 물론 손으로 책을 짚어가며 집중하는 친구도 있지만, 이때다 싶어 옆 친구의 시험지를 몰래 들여다보는가 하면, 뭐가 잘 안 풀리는지 이마에 손을 얹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친구도 있네요. 새하얀 얼굴 때문인지 더욱 눈에 띄는 양 볼의 홍조가 참 귀엽습니다. 맨 뒷줄 아이들은 흑판에다 무언가를 적고 있네요. 제일 가운데 아이는 가장 먼저 마쳤는지 친구들이 보지 못하게 팔짱을 끼고 자기 흑판을 쓱 가려놓네요. 꼭 저런 친구들이 한 명을 있잖아요. 왜. 


그림 속 친구들만 하던 시절 전 아마, 초등학교(그 당시 국민학교) 1학년이나 2학년 정도 되었겠죠? 무서운 여자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었는데 받아쓰기를 틀리면 호되게 야단을 치시곤 했죠. 전 산수는 자신 있었지만 국어는 영 어려워했어요. 특히 ‘짧은 몽당연필’을 항상 반복해서 틀렸던 기억이 나요. 수업이 끝나고 운동장에서 동생을 기다리며 나뭇가지로 ‘짧은 짧은 짧은’을 수십 번을 연습했지요. 그래도 왜 그렇게 시험만 보면 그걸 틀렸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여운 꼬마 아이의 모습이지만 그땐 난감했을 거예요. 그때 우리 선생님도 그림 속 선생님처럼 자애로운 분이었음 참 좋았을 텐데, 그랬담 시험 볼 때마다 손끝까지 긴장해서 실수를 반복하진 않았을 텐데 싶습니다. 

 

어린 시절은 늘 그립습니다. 그땐 그렇게 싫었던 국어시간도 지금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화가의 다른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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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young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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