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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m Jun 07. 2016

잘자라, 우리 아가

헨리 바늄 푸어, <잠자는 아기>

휴, 오늘도 힘겹게 밤잠을 재웠습니다. 


낮잠은 그렇지 않은데 밤잠을 재우는 게 어찌나 힘든지 매일 밤 전쟁 같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몸도 마음도 지쳐서 뜨거운 물로 한참동안 샤워를 하곤 해요.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완모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모유수유를 해왔습니다. 잘못된 습관인줄 알면서도 늘 모유를 물려서 재웠던 것이 화근이었겠지요. 이제 치아도 제법 여러 개 난지라, 치아 건강도 걱정되고, 언제까지고 이렇게 재울 수는 없단 생각에 모유를 주지 않고 재우는 것을 연습 중인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네요.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아이 입장에서는 지금껏 평생을(그게 일년 겨우 조금 넘는 시간이더라도) 자온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잠에 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갑작스런 변화가 적응도 안되고, 왜 이런가 싶어 덜컥 겁도 나겠지요. 이해는, 정말로 이해는 합니다만 매일 밤 힘든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잠투정하는 아이를 붙잡고 오늘도 씨름을 했네요. 누워서 토닥여도 보고, 안아서 흔들어도 보고. 결국 지치고 지쳐 잠이 든 아이. 수면교육을 진작에 했어야 했는데 아이만 힘들게 한 거 같아 미안한 마음입니다. 


엉엉 울다 지쳐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언제 울고 떼를 썼나 싶네요. 자는 모습은 정말 천사 같아요. 하루의 고단함을 다 잊게 하는 평화로운 표정. 매일밤 보지만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보고 있어도 그리운 모습이지요. 오래도록 이 모습을 기억해얄 텐데요. 


. 헨리 바움 푸어, <잠자는 아기>

그림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freeparking/513593472/


그림 속 아이도 천사 같네요. 그림에서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발그레한 볼과 앵두 같이 빨간 입술이 너무 귀엽네요. 인터넷을 서칭하다 우연히 발견한 그림이에요. 흡사 우리집 꼬맹이이 같아서 놀랐죠. 자는 포즈며 표정까지 너무 닮았어요.  화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딸을 그린 그림이 아닐까 싶어요. 자는 아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겠죠. 그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모습을 화가라면 그림으로, 시인이라면 한 편의 시로 남겨놓고 싶을 거예요. 

저는, 시인도 화가도 아니기에 그저 셔터를 누르죠. 휴대폰에 자는 아이 사진만 수백장입니다.


메리 카셋, <자는 아이>

아이를 품에 안고 자는 것을 좋아해요. 엄마라면 누구라도 그렇겠지요. 새근새근 숨소리에, 따듯한 체온에 기분이 좋아지죠. 힘들게 안아재우고 나면 어서 내려놓고 싶을 법도 한데 계속 안고 있고 싶죠. 그림 속 엄마도 그런가봅니다. 힘들게 재운 것 같은데 계속 안고 있네요. 자고 있는 아이에게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엄마는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죠. 아이 엄마로 사느라, 아빠로 사느라, 그리고 나로 사느라 24시간을 쏜살 같이 보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하루는 길었겠죠. 찬찬히 둘러보고 조용히 탐구하며 길고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마 세상에 대해, 엄마와 아빠에 대해 어제보다 조금 더 알았을 거예요. 우리 아이는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덩굴장미 꽃잎을 만져보고 뿌려도 봤어요. 킁킁 향기도 맡고요. 아이의 꿈에 그 장미가 나오면 좋겠네요. 장미가 잔뜩 핀 오솔길을 걸으며 나비와 함께 뛰노는 행복한 꿈을 꾸면 좋겠어요. 


푹 자라, 아가야. 

내일은 또 더 재밌는 하루가 시작될 테니, 푹 자자.

(부디 새벽에 깨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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