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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m Oct 19. 2022

주말에 숲에 갈래?

요한나 슈피리 , <하이디>


엄마가 스물 세 살 때 스위스 알프스산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어. 알프스하면 누가 떠오르니? 맞아! 바로 하이디가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곳이었지. 그곳에서 엄마가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뭔줄 아니? 바로 이거야!

‘아, 이래서 하이디가 이곳을 그리워했구나!’

엄마가 너만 했을 때 읽었던 책 속 하이디가 그제야 이해가 가더라.


하이디는 엄마 아빠가 돌아가셨어. 쭉 이모와 함께 살다가 이모가 큰 도시에 일을 하러 가게 되어 고원아재라고 부르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려서 본 게 다인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하이디는 할아버지가 낯설지 않았어.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삶을 좋아했어. 페터라는 친구가 생기기도 했고. 그러던 어느날 이모가 다시 하이디를 데리러왔어. 하이디가 큰 도시에 가서 살게 되었다는 거야. 클라라라는 다리가 불편한 아이의 친구 역할로 일을 하게 된 거야. 이모는 하이디가 산 속에서 무뚝뚝한 고운아재와 함께 사는 것보다는 부유한 클라라네 집에서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나봐. 그러나 클라라는 알프스에 있는 할아버지 집을 내내 그리워했어. 향수병을 얻은 하이디는 하루하루 야위여갔고, 클라라는 알프스로 돌아가게 되었어.


엄마는 솔직히 <하이디>를 처음 읽었을 땐 하이디가 정말 이해가 안갔어. 하이디가 프랑크프루트 클라라네 집을 두고 왜 알프스 할아버지네 집을 그리워하는지 말이야. 어린 시절 엄마 눈에는 클라라네 집이 훨씬 좋아보였거든. 게다가 클라라는 물론이거니와 클라라네 아빠인 제제만 씨와 클라라네 할머니 모두 하이디를 예뻐했잖아. 먹을 것도 훨씬 많고, 예쁜 옷도 입을 수 있고, 장난감도 풍성하고 먹을거리도 넘쳐나는 그곳을 두고 알프스가 그리워 바짝 마를 정도로 지독한 향수병에 걸리다니. 엄마는 하이디가 참 이상해보였단다.


그런데 스위스에 직접 와서 단박에 알았지. 이런 곳이라면 향수병에 걸리지 않을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는 겨우 3박 4일을 머물렀을 뿐인데 그곳의 풍경은 물론이거나와 그곳의 공기와 바람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단다. 하이디가 앓았던 향수병까지는 아니겠지만 엄마는 아직도 그곳이 그리워. 그곳을 떠나던 날 결심했어. 

‘반드시, 꼭 다시 와야지. 소중한 사람과.’

재인이도 직접 가보면 알게 될 거야. 하이디의 마음을,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하이디>는 어려서 엄마가 무척 좋아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야. 아까 이야기했듯, 그 당시에는 하이디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하이디와 클라라의 우정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어린 시절 읽고 또 읽었던 책이란다. 아마 재인이도 읽으면 반하게 될 거야. 물론 좀 두껍긴 하지만 재인이가 겁내지 말고 책을 열었으면 좋겠어. 이 책을 열어보기까지는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일단 읽기 시작한다면 너무나도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야.


엄마는 하이디가 클라라네 집에서 지내는 부분을 참 좋아했는데 재인이는 어떤 부분을 재미있어 하려나?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그 부분을 좋아했던 건 당시 엄마가 도시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거 같아. 엄마가 어려서 살고 있던 곳은 하루에 버스가 4번 밖에 들어오지 않던 시골이었거든. 그래서 텔레비전에서만 보는 도시가 늘 궁금했어. 하이디가 프랑크푸르크에 가게 되었을 때 너무 잘 되었다고 생각했던 건 엄마의 마음이 반영되었기 때문일거야. 하이디가 그곳에서 클라라와 우정을 쌓으며 잘 성장해 나가길 엄마는 바라고 또 바랐지만 하이디는 알프스로 돌아가. 엄마는 그 장면이 어찌나 서운하던지. 마치 엄마 자신이 도시에 살게 되었다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게 된 것처럼 속상했지, 물론 책 속 하이디는 뛸 듯이 기뻐했지만 말이야.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보니, 도시 생활도 물론 편리하고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자연을 곁에 두고 지내는 것은 특별함이 있는 것 같아. 자연이 주는 특별한 기쁨과 위로가 있다는 것을 엄마는 요즘에서야 느끼게 되었단다. 초록빛 나무가 우거진 숲을 걸으며 느끼는 편안함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것이지. 그러고 보면 하이디는 대단한 구석이 있어, 그걸 어려서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엄마는 재인이가 언제나 곁에 자연을 두는 사람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란단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재인이는 더 바빠질 거야. 어쩌면 저 밖의 나무에 새순이 돋은 것도, 단풍이 든 것도, 소복하게 하얀눈이 쌓인 것도 모를 지 몰라. 그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뉴스를 보며 아, 봄이구나! 여름이구나 하고 시간에 끌려가는 삶을 살지도 모르겠어. 엄마도 그랬거든. 40년을 넘게 살았지만, 헐벗었던 나무에 나뭇잎이 생기고 무성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관심을 가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란다. 자연에 관심이 생기고, 계절의 변화를 더 이상 텔레비전이 나닌 자연의 변화로 알게 되면서 엄마의 삶은 전보다 풍성해진 걸 느껴.


나중에 클라라가 하이디가 사는 알프스로 오게 되거든? 그런데 그 때 기적같은 일이 생겨. 다리가 약해서 걷지 못하고 내내 휠체어 신세만 지던 클라라가 글쎄, 건강한 다리로 걷게 된 거야. 그건 기적이었을까? 엄마는 그게 바로 자연의 힘이라고 생각해. 알프스의 바람과 푸른 초원이 가진 힘. 우리 그 힘을 꼭 기억하고 지내자.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바빠도 이번 주말엔 숲으로!


-마음은 이미 숲을 걷고 있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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