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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m Jun 06. 2016

놀러 가고 싶은 날

펠릭스 발로통, <뤽상부르 공원> 

일요일 밤입니다.

평소대로라면 "주말이 벌써 다 갔어"라며 아쉬워하며 시간을 붙잡고 싶을 시간인데, 자고 싶지 않은데 내일을 위해서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야 할 시간인데 오늘은 다르지요. 달력에 빨간 날 하루 더 있을 뿐인데 참 달라요.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신혼 초에는 거의 매주 어디론가 떠났어요. 강릉과 군산이 단골 여행지였고, 춘천도 참 좋아했지요. 똑같아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십니다. 그리고 조금 걷죠. 평범한 하루지만 집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찌나 즐겁던지요. 


작년에 아이가 태어난 뒤론 여행은 벼르고 벼르다, 어쩌다 한 번 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큰 각오가 필요하죠. 아이가 카시트를 좋아하지 않아서 가는 내내 전쟁과 같아요. 가서는 또 어떤가요.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아이를 단속하느라 밥을 먹는 건지 마는 건지, 앞에 천상의 풍경이 펼쳐져도 남의 이야기 같기만 합니다. 다신 가지 말자, 어느 정도 클 때까진 여행 같은 건 가지 말자 하지만 그곳을 떠나오면 또 그곳이 그립기만 하지요.


여행, 가고 싶네요.


펠릭스 발로통, <뤽상부르 공원>

 

그림은 스위스 화가 펠릭스 발로통의 프랑스 파리 제 6구에 있는 뤽상부르(luxembourg) 공원을 그린 그림이라고 해요. 뤽상부르 궁전에 딸린 프랑스식 정원으로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으로 알려져 있죠.  그림 속 아이들도 엄마 아빠와 놀러 나왔는지 신이 났네요. 춤을 추듯 뛰어다니는 남자아이,  쪼그리고 앉아 정답게 놀고 있는 오누이들이 보여요. 화려한 옷을 입은 엄마가 아이를 향해 "이리 온!" 팔을 펼쳐 보이니 아이가 총총 뛰어 엄마 품에 안깁니다. 아이들 뒤로 신이 난 아저씨도 보이고, 오랜만에 만났는지 옹기종기 모여 

수다에 빠져든 아주머니들도 보이죠. 우리네 공원들과 비슷해 보여요. 한강공원이나 서울숲에 가도 아마 옷차림만 다를 뿐 휴일엔 비슷한 풍경이겠죠? 사람들에 가려져 하늘색도 풍경도 잘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분명 해도 좋고, 바람도 좋은 날일 거예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바깥나들이를 나온 걸 보니.


펠릭스 발로통, <뤽상부르 공원>


같은 화가가 그린 뤽상부르 공원의 풍경입니다. 아마도 다른 날인 거 같죠. 사람들로 붐비던 이전 그림과 달리 한적해 보입니다. 홀로 책을 읽는 여인, 두 아이와 산책 중인 엄마, 혼자 거리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멋쟁이 신사. 아, 저기 옷을 꼭 자매처럼 맞춰 입은 부인들도 있네요. 봄인가 봐요. 색색의 꽃들와 푸른 나무들이 아름다워 보여요. 가능만 하다면 그림 속에 들어가 저 길을 같이 거닐고 싶네요. 멀리 보이는 다리 끝엔 또 어떤 풍경이 펼져질까요.


펠릭스 발로통, <연못 옆에서>

혹시 이런 풍경은 아닐까요? 오리들이 노니는 큰 연못, 연못을 따라 나 있는 오솔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 


멀리로 떠나는 여행 대신, 내일은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가야겠어요. 바로 집 앞에 있는데, 뤽상부르처럼 화려한 꽃들과 나무는 없겠지만 푸른 언덕과 새소리가 아름다운 곳이지요. 키가 큰 나무들이 많이 있어서 한낮의 쬐약 더위도 피할 수 있겠죠..


상상만 해도 참 좋네요. 


                    

아주 조금 더 기운차게 널 따라오는 시원한 바람
길가에 가득한 아카시아 아무도 돌보지 않지만 건강하게 흔들리고 있어.
어느새 너의 앞엔 작은 비밀의 공원
낡은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다섯을 센 뒤 고개를 들어 눈을 뜰 때
넌 최고의 오후를 만나게 될 거야.
페퍼톤즈, <공원 여행>


최고의 오후, 만날 수 있겠죠? 

모레는 회사 가는 날이잖아요. 내일이 오는 것이 아쉽지 않을 만큼 신나는 오후, 꼭 보낼 겁니다.


펠릭스 발로통, <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


이런 풍경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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