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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람 Jun 04. 2016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은 필요하죠

피터 일스테드, <촛불 아래에서 책 읽는 여인>

고백하건대, 한동안 아이가 자는 시간만을 기다린 적이 저에겐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거든요. 


아이의 낮잠 시간이 점점 줄고,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아이와 종일 놀아주는 것이 힘에 부쳤어요. 하루 종일 아이 얼굴만 쳐다보고 있으면 좀 나았을까 모르겠네요. 주부는 육아를 빼고도 참 할 일이 많죠. 틈틈이 청소하고 밀린 빨래하고, 매 끼니 먹은 설거지도 해야죠. 놀자고 다리에 매달리는 아이를 외면할 수 없어 함께 놀다 집매번 집안일은 아이가 잔 다음으로 미뤄버리죠. 아이가 잠들고 못 다 한 집안일을 마친 후 그제야 찾아오는 나만의 시간. 그 시간에 마시는 커피는 진정 꿀이죠. 카페인 충전을 마치면 거짓말처럼  2라운드 시작! 정말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저는 그 시간이, 그 티타임이 참 달콤해요. 


그거 아세요? 엄마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내가 확 바뀌는 건 아니에요. 늘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혀서 좌절되곤 하지만, 엄마가 되어도 한강 작가가 맨 부커상을 수상했다고 하면 반갑고 <채식주의자>와 <흰>을 읽어보고 싶죠. 김민희와 하정우가 나온다는 <아가씨>도 보고 싶고, <또! 오해영>이 그렇게 재미있다는데 그 꽁냥꽁냥 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고,  유행하는 옷이 있다고 하면 나도 한 번 입어보고 싶고 그래요. 엄마들도. 하지만 엄마들은 참 없죠. 많은 게 없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없는 것은 시간이에요. 나만의 시간.


아이를 키우며 한동안 제일 힘들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어요. 나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는 것이 참 갑갑했어요.  아이와 24시간을 함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참 컸습니다. 누구에게 투정을 할 수도 없었어요.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니까요. "아이 엄마잖아!" 그 말이 참 숨 막히더군요. 


누구나 필요하잖아요, 나만의 시간은. 엄마여도 마찬가지예요. 잠깐 숨을 고르고,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턱대고 소비되는 시간이 아닌 나를 잠시 채울 수 있는 그런 시간이요.


피터 일스테드, <촛불 아래에서 책을 보는 여안>, 1908


그림 속 여자도  하루 중 간신히 짬을 내어 콘솔 앞에 앉았네요. 늦은 밤인 거 같아요. 남편과 아이는 먼저 잠에 든 것 같죠. 집안 불을 다 끄고 작은 촛불 하나 켜고 그 불빛에 의지하여 책을 읽습니다. 이제 막 책을 펼쳤는지 앞쪽을 읽고 있네요. 의자가 조금 불편해 보이지만 표정은 더 없이 편해 보이네요. 여자는 하루 종일 이 시간을 기다렸을 거예요. 아이가 평화롭게 잠든 표정을 확인하고 이불을 덮어주고 안도하며 거실로 나와 책을 폈겠죠. 아마 이 독서의 시간을 오래 이어가진 못할 거예요. 가장 늦게 잠들지만 가장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요. 엄마는. 


    

피터 일스테드, <엄마와 아이>, 1898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아이와 놀고, 아이를 먹이고, 아이를 돌봤을 그녀 


피터 일스테드, <살구 버섯을 준비하는 젊은 여인>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식사를 준비하고


빌헬름 하메르스회( Wilhelm Hammershøi)

집안을 정돈하며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했을 그녀.


그리고 찾은 나만의 작은 시간. 

그 시간이 필요한 이유, 그 시간이 주는 위로와 힘은 

시간에 쫓겨 사느라 그 시간이 간절했던 사람만이 알겠죠.


내일도 그림 속 그녀가, 그리고 우리가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길 바랍니다.

아주아주 작은 시간이더라도, 소중하죠.


피터 일스테드, <해가 잘 드는 거실>


내일은 밤 말고, 해가 잘 드는 낮이면 더 좋겠어요.

주말이니까, 잠깐 아빠에게 맡기고 홀가분하게.






네, 알아요.

아빠들도 그런 시간 필요하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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