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도망쳐!
내가 너무나도 나를 잘 알아서
자꾸 나를 더 꾸미고
핑계대고 설명하느라 허비해버린 마음 덕에
새어나간 그것들을 채우기에 급급한 시간들은
세월에 빚을 져버려 내일이 또 내일에게
갚을 일들만 생겨버렸다.
한꺼번에 다 감당할 수 없이 부풀어 버린
그것들의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
어쩜 애초에 감당할 수 없는 그것을 알면서
언젠간 돌아가게 될 다른 세계만을 생각하며
책임 따윈 내려놓은 채 무모하게 지내버렸는지
당장에 곧 닿을 수 없는 그 세계가 막연해지니
내 상태도 결국엔 현실과 타협.
착한 사람 콤플렉스로 그득했던 나는 이제 없지만, 자꾸만 너에게 비수를 꽂는 내가 나는 더 감당이 되질 않는다.
그러니 잠깐만 멀리 떨어져 있겠니,
나한테서 떨어져 나가지만 말고
저만치 물러나 있겠니
누구이든 누구라도 지금은
다 베어버리기만 할거 같은 무서운 나에게서.
Written by YN
photographed by 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