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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저장소 Apr 09. 2024

나에게 글쓰기란

겁나 한가할 때는 쓰지 않는 게 그거.

일이 엄청나게 밀려있다. 

약간, 아니 많이 변태 성향이 있는지 너무 한가한 거 보단 바쁠 때 일을 더 만들어서 한다. 심지어 더 잘한다. 아침 초단위로 시간을 쪼개 출근준비로 정신없을 때 설거지를 한다던가 뭐 그런? 그렇게 보니, 

마감시간을 더 타이트하게 만들어 작업 호율을 늘리는 가학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변태가 확실하군.


이 와중에 굳이 또 브런치를 열었다. 또 굳이 이유를 생각해 보면, 요즘 잘난 사람 코스프레를 하고 있기에 스스로 검열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을 엄청 만나고 있는데 그들은 아무래도 내가 편한가 보다. 스스럼없이 본인의 생각이나 회사욕들을 하는데 뭐랄까. 귀엽다. 아직 애사심이 많구나.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나도 한때는 회사의, 회사에 의한, 회사를 위한 시간을 보냈지 그리고 너무 힘들어했고, 억울해 했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대가였다. 누굴 원망하랴.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그때 이제 회사 다닌 지 1년도 안된 친구가 나한테 한 얘기가 아직도 생각난다. '팀장님. 그렇게 살면 안돼요. 애들 술 그만 사주고 상담도 해주지 마세요.' 그 얘기를 들었을 땐 이 친구가 웃기다고 생각했다. 자기도 얻어먹으면서? 뭐 질투인가? 역시나 퇴사하고는 한 번도 연락되지 않았지만 그 말이 망치가 되어 내 발에 찍혀있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내 두발은 피투성이였다. 


20대에는 딱 눈앞에 과장님처럼 되고 싶었다. 그냥 디자인을 잘하고 싶을 뿐이었다. 내가 작업한 작업물을 내 윗사람들이 주변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게 좋았다. 그게 다였다. 그리고 30대에는 딱 눈앞에 대표님처럼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고 있었다. 멀리 있는 위인보다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벤치마킹 하고 이정표로 만들어 따라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내가 만든 프레임에 맞추고 성공했다 착각했다. 그냥 그 사람을 따라 하고 있었을 뿐이었고 그게 나한테 안 어울리는 옷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때 나는, 내가 성공한 사람이니 내 생각에 따르라 했고, 너도 더 노력해서 성공하라며 필요 없는 조언을 했으며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해결병이 있는 나는, 그를 위해 이것도 저것도 해보지 않겠냐며 고민하고 신경 썼다. 관계에 대한 문제도 쌍방에 조언하며 서로에게 위로를 했다 생각했지만 오히려 내가 악인이 되어 있었고 업무도 눈떠보니 나 혼자 하고 있었다.  

너무도 너무도 천천히 알았다. 내가 내만이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나에게 어울리는 옷은 따로 있는 것을. 그리고 그 옷은 남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을. 그래도 그걸 30대에 알아서 다행이라 해야 하는 건가. 


40대인 지금은 그냥 들어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안다. 그래, 나도 그랬다고..  다만, 네가 나를 보며 흔들리지 않게, 어렸을 때 나의 이정표처럼 나 스스로를 점검하며 그럼에도 나와 같이 일하고 나와 같이 이야기할 수 있게 내가 더 단단해져야겠다 다짐한다. 

내가 너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나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그 문제를 꼭 해결하지 않아도 같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는 걸 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적고 있는 지금도 나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오늘부터 하기로 한 다이어트는 이미 망했고 과연 내일은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밀려있는 일들은 누가 시키진 않은 일이라고 기한을 늘리고 있다. 오늘 할 일은 내일도 할 수 있다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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