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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사는 거 뭐 있나 이 맛에 사는 거지

by MAY 저장소

P로 가득한 내 삶의 한쪽 구석에 소소하지만 J로 물들이고 싶었다.

유래없던 긴 연휴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아침 정시에 일어나는 챌린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내 생각했던 건 아니고 늦게 일어나서 허둥지둥 회사를 가는 중 문득 생각난 것이었다.


안 그래도 내 맘 같지 않은 컨디션인데 iQIYI 플랫폼을 결제해 놓고 1.5배속의 중국드라마에 빠져 새벽 3-4시에 잠드는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도파민에 빠져있군 이라고 했고 나역시 너무 하고 싶은 데로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워낙 늦게 자는 생활을 했던지라 일찍 일어나 명상 또는 요가? 혹은 하루를 플랜 하는 것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무릉도원의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 J는 P를 욕심내지 않지만 P는 언제나 J를 꿈꾼다는 말이 있듯이.


결과는 뭐. 이변은 없었다. 친구의 도움으로 오전 약속을 잡은 그날과 아예 밤을 새워 그 시간을 맞이했던 그날. 아니야 나는 하겠다 하면 하는 사람이야! 하며 일어나 커피 마시고 다시 잔 그날. 대 참패


연휴를 시작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친구가(그 친구는 나를 꽤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 그가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왜 하필 연휴에 일찍 일어나기 챌린지를 하는지 의아해 하며 파이팅을 외쳐주었는데 연휴가 끝나자 나의 챌린지 결과를 궁금해했다. ㅎㅎ 나의 챌린지 결과에 따라 보내주고 싶었던 게 있었다며..


아침형 인간은 자기계발서를 쓰고 저녁형 인간은 소설을 쓴다고.
저마다 각자의 시간이 있는 거라고.


자기계발서를 꿈꾸는 소설 이라니. 이렇게 귀여울 수가. 그는 나를 귀엽게 보고 있구나. 순간 끝여름의 긴 빗속의 곰팡이 냄새도 새봄에 갓 세상에 나온 새싹 향기처럼 설렘이 다가왔다. 냐햐~ 좋구나.


그래! 이제 나는 소설로만 살 거야! 나만의 시간을 잘 보내야지!로 끝냈으면 좋겠는데. 새벽 6시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아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야.. 회고를 아침에 하는 유형.


그래도 오늘. 아둥거리는 나를 귀여워 해준 한 친구를 기억하며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이게 행복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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