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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멘탈 심리학자 Jun 21. 2022

지금 당신의 아이는 행복합니까?

부모가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이다. 이는 비단 경제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보다 더 질적으로 잘 돌보기 어렵다는 말 또한 포함한다. 내 어린 시절의 부모들은 자녀를 경제적으로 모자람 없이 지원하는 것에 그 역할이 국한되었고 사회적으로도 아이들의 웰빙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비교해 놀라울 만큼의 경제적 성장을 이뤄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고 의식주만 제공하면 부모의 책임을 어느 정도 성실히 이행했다고 안도하는 시기는 끝났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그 발전된 것만큼의 행복을 누리고 있을까?


유니세프 보고서를 인용한 2020년 유엔 발표에 따르면 15세 한국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67점을 나타냈고 이 결과는 43개 나라 중에 40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고 한다. 또한 2019년도에 발표된 아동청소년 행복지수 비교연구에서도 우리나라 9~17세 아동청소년의 행복지수는 OECD 28개 국가(평균 7.6점) 중 최하위(6.6점)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생활은 어떠할까? 한국 교육개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출산율은 점점 줄어드는 데에 반해 학업 중단율은 15년도 이후로 소폭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해당 자료들 만으로 우리나라 아이들이 불행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자주 보도되고 있는 사건들만 들어도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들은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모들 입장에서 자녀 양육의 어려움에 대해 들어보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와 사춘기쯤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고 한다. 가정 내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갑자기 적응 문제를 일으킨다며 상담실 문을 두드린다. 또한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착하고 부모 말도  잘 듣는 순한 아이였는데 사춘기 쯔음해서 돌변했다며 왜 부모에게 반항하고 피하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결코 멀쩡하던 아이가 어느 한순간에 돌변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쌓인 문제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쪽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최근 여러 아동 발달에 관한 연구들에서 아동의 문제행동 감소와 학교나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적응능력 향상을 위해 부모가 아동의 정서 발달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동의 정서발달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일까?




# 건강한 자아로 세상에서 살아나가기 위한 역할



  아동의 정서 발달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외부 자극에 대응하며 생기는 감정상태의 변화 과정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표현은 웃거나 울거나이다. 배고프거나 낯설거나 무섭거나 기저귀가 축축해 불편하거나 아프거나 등등 모든 상황에서 울어버려 부모는 자녀가 왜 우는 것인지 스스로 추론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는 커갈수록 각각의 상황에 대처하여 조금씩 다른 감정 표현을 하게 된다. 이러한 정서발달은 부모와의 관계가 절대적이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접하는 사회다. 아이들은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 욕구 등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운다. 이때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 아이는 부모로부터 여러 가지 생존 기술을 배우게 되는데 이중 가장 근본은 자신의 정서를 인식하고 표현하며 타인과 교류하는 방법이다.


먼저 자신의 정서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은 사회적 범위 안에서 용인될 수 있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 욕구 등을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대인 기술과 관련된다. 이러한 자기표현은 아동의 사회적, 정서적 발달 측면에서 중요하다.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하면서 자기표현의 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유독 자기표현에 서툰 아이들이 있다. 너무 수줍어서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사사건건 억제해 과도하게 자신을 억제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아이들은 자신에 대해 부정적 지각을 가질 가능성이 높고 낮은 자기 존중감, 외로움 등을 느껴 또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에 반해 상대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기 욕구 관철시키려는 아이도 있다. 이 아이는 자기 안의 분노나 불안을 왜곡된 방법으로 상대에게 전가하는 것인데 당연히 이 아이 또한 사회적 관계가 수월하게 이뤄질 리 없다. 또래 관계에서 좌절, 불안은 이후 청소년기 정서적 불안감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그것을 잘 표현하는 능력은 아동의 성장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정서발달은 건강한 자아개념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타인과 교류하며 사회 안에서 잘 살아나가게 하는 원동력을 만든다.



# 스트레스 조절



정서발달의 두 번째 중요성은 스트레스와 관련된다. 아동의 스트레스는 초등학교에 입학 후 크게 폭발하게 된다고 한다. 스트레스 요인이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와 같은 사회적 요인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자신의 시간을 바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반해 엄격한 학교의 규율에 행동이 제한되고 학업에 대한 부담도 있다. 인간관계의 범위도 그전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나 교사와 친구 간의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한 사회가 발전할수록 변화도 빨라 아동에게 기대되는 수준이 높아져 아동이 미처 준비를 하기도 전에 성취에 대한 압력은 심해져 스트레스는 더욱 증가하는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이 상황을 잘 받아들여 학교에 잘 적응하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되면 자연스레 슬픔과 분노, 우울, 공포, 혐오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감정들은 폭력과 비행 같은 부적응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스트레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른들의 아이들에 대한 흔한 실수 중에 하나가 아이들은 공부 외에 특별한 스트레스가 없다는 생각이다. 돈 벌면서 겪어야 하는 고초도 없이 그저 부모와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말한다. 하지만 아동은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성장하며 많은 심리적 갈등과 적응 문제를 경험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쉽다. 따라서 아동의 발달 상황에 따라 스트레스에 대한 인내 수준도 광범위하다. 또한 스트레스 표출도 자신을 돌보는 성인이 허용하는 수준에서만 표현될 수 있고 무슨 일을 해도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의 스트레스 빈도나 강도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발달상 특징 때문에 높은 아동은 효과적으로 스트레스를 대처하는데 필요한 능력이 성인에 비해 미숙하다. 따라서 자녀가 갑자기 문제 행동을 나타낸다면 부모는 이 시기에 아동이 겪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긍정적인 개입을 통해 도움을 줘야 한다.


아이의 스트레스에 적절히 개입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발생 과정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야 한다. 흔히 우리가 얘기하는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자극과 그로 인해 비롯되는 스트레스 결과 둘다를 통칭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은 매우 다른 개념이다. 모든 자극 원인이 스트레스라는 부정적인 정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스트레스 자극이라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것을 아예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현재 너무 정서적으로 충만하게 행복한 상태라면 스트레스로 이어지지 않는다. 또는 그 자극이 나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대처하는 전략이 뛰어나다면 스트레스로 이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핵심은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 대처 능력은 정서발달과 그 궤를 같이 하다.


# 정서적 빈곤은 청소년의 문제 행동과 연관


지금까지는 정서발달이 아이의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얘기했다. 그렇다면 부모와의 애착부터 잘못되어 정서적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의 미래는 어떠할까?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애착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안다. 하지만 그 이유도 알고 있는가? 그 애착관계가 안정적인지 아닌지에 따라 이후 아이의 정서적 발달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러한 애착 형성에 실패하는 경우는 아이에게 무관심해 방치하거나 학대했을 때이다. 부모는 과거 자신이 아이에게 좀 잘못했더라도 아이가 너무 어리니까 부모의 잘못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 합리화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 형성에 실패하고 양육, 보호, 지지, 훈육 등이 부족해지게 되면 이것이 아이의 무의식에 각인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좀 더 성장한 후에 다양한 증상들로 나타난다. 지나치게 징징대고 몹시 불안해하거나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학업도 어려워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는 혼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둘러대기도 한다. 얌전하고 착하던 아이가 갑자기 문제 행동을 일으킨다면 이 청소년들의 문제 행동에는 숨은 깊은 욕구, 상처, 좌절감, 분노, 무기력감 등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은 오래전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문제행동으로 표출한 것일까? 아기들은 울음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했지만 방치당하거나 억압당해 자기가 표현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학습한 것이다. 즉 부모가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기본적인 믿음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애착 형성 실패로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잘 사는 선진국조차 청소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나라들이 많다. 2차 대전 무렵부터 70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 심리학자 및 아동발달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애착 형성 실패로 인해 아동의 정서적 능력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수많은 청소년의 문제 행동을 낳았다고 한다.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의 저자 최성애, 조벽 교수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선진국에서는 청소년의 학력 저하, 음주, 마약, 폭력 등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최근 애착육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와 2000년 초반 미국의 기성세대들은 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아이와의 시간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었지만 아이를 잘못 키웠다는 반성을 한다고 한다. 경제적 후발주자의 장점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이렇게 물질적 풍요와 고학력의 기회를 누린 자녀들이 극도의 이기심과 자기중심적 태도, 미성숙, 금전만능주의에 빠진 모습을 거울로 삼아 교정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 모든 해법은 부모로부터?

아이가 학교 및 일상생활에서 적응 문제로 괴로워하고 정서적 행동적으로 뚜렷한 문제가 보인다면 아이의 현재 스트레스 수준과 정서발달상 문제를 전문가에게 다면적으로 점검받을 것이다. 보통 이러한 경우에 사정 모르는 일반 사람들은 이게 다 부모 잘못이라며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자녀를 학대하는 극단적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선량한 부모들이다. 최선을 다해 자녀를 잘 키우고 싶었지만 마음만 앞서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 많다. 또는 아이가 어렸을 때 먹고살기가 바빠서, 가정에 문제가 생겨서, 또는 아이 낳고 몸이 아파서 등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경우들도 많다. 그러한 평범하고 선량한 부모들에게까지 손가락질을 한다는 것은 너무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부모의 말이나 행동  모두가 아이를 위해 한 것은 아니며 자신의 편의나 취향을 위해 했던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부모는 자신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양육 태도를 돌아봐야 한다. 부모의 부정적 양육태도는 아동이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양육태도 형성에는 부모가 자신에 대해 잘 알아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신과 부모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그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이 현재 자신과 자녀 사이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양육 스트레스 정도와 그 외 내 개인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점검해야 한다. 미리 자신의 신체적, 감정적 한계와 어떤 상황에서 평정심을 잃고 폭발하는지를 미리 인식해 내 스트레스가 아이와의 관계에서 폭발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내가 내 감정과 생활을 잘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 아이의 감정과 말이 더 잘 들리고 더 잘 느껴지게 된다.


[어떻게 대화하는지 현명한 부모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의 저자 소아 정신과 의사 신의진 교수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대화는 한 생명체가 인간으로 거듭나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대화뿐이니 대화를 소홀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사춘기가 안 지났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고 했다. 아이의 행복을 여는 일은 부모의 노력에 달렸다고 하니 이제라도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주의를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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