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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멘탈 심리학자 Oct 07. 2022

사는 게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아 분통 터진다

실의에 빠졌을 때 소설 읽기로 마음 달랬던 경험


사람의 인생은 절대 계획대로, 노력대로 풀리지 않는다. 내가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그거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겠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우울한 내담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스트레스 대처방법이 매우 빈약하다는 것을   있었다. 그냥 자거나 매운 음식을 폭식한  자거나 아니면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지낸다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심각한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방치해두면 우울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역시도 어둠의 시기를 여러  거쳤다. 여러 삶의 궤적 들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고난들 모두를   대처하며 살아온 것은 절대 아니다. 최근에 기억나는 것은    건강상의 이유로 내가 원하는 것들을 많이 내려놔야 했던 때였다.  머리는 그만 놔야  때라고 말하지만 마음이 그것을 용납하지 못해 괴로웠던 상황이었다. 물론 놓지 않고  고잉 해도 버티기야 지만 그대로 조금  가다가는 인공 심장을 달게   같았다. 그때  욕망을 멈추고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데 소설 읽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소설을 읽는 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주로 읽었던 글들은 실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나온 팩트 위주의 글들이었다. 소설은 재미를 위해서는 읽을 수는 있지만  ‘재미용도일  나에게 크게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의에 빠져 삶의 방향성도 잃고 무기력에 허우적댈  문득 장편소설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 말이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던 것이 소설 토지였다.


처음에는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마음이  이야기들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  시대  사람들 이야기 말이다. 시대가 갑오개혁 부근부터 해방 직후까지인데  혼란스러운 기간 속에 수많은 사람들의 굴곡진 인생이 펼쳐진다.  이야기들에 빠져들다 보니 사람의 인생이  관조적으로 느껴진다고 할까나?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엉켜 어떻게 보면 죽음조차도 건조하게 서술이 되는데 그게 이상하게 위로가 되더라. 그때까지 나는 인생은 매우 특별한 것이니  특별한 의미를 찾아 자아를 실현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겨 살아왔었다. 그런데 토지를 읽다 보니 사람의 인생은 그냥  자체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하는  같았다. 그리 특별한  없이 그냥 그렇게 시간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것일 뿐이니 그렇게 안달복달 마음고생할 필요 없다고 위로해주는  같았다.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저 멀리서 지켜보니 그렇게 아프고 크게 느껴졌던  불행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 그래서  어쩌라고?’ 정도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할까? 그렇게 마지막 권까지 읽어 나갔는데 마지막권 속에 슬쩍 지나가는  켠의 글귀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할머니 사시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분은 자신의 불행까지 사랑한다고 할까, 천지만물을 모든 것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어요. 겨울 긴긴밤에 목화씨를 발가 내면서도 밥을 짓고 아궁이에 솔가지를 뿐질러 넣을 때도 아들에게 옷을 갈아입힐 때도 그 정성이 하나의 의식 같아 보이는 거예요. 할머니 자신도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지만 말이에요. 나도 저와 같이 시간을 가득하게 살아보고 싶다 그런 생각 여러 번 했어요 싱그러운 흐르는 강물같이 뭐라 설명이 안되지만.”


처음  글귀를 읽었을  머리가  울리는 기분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문제를 안고 살았는데 해결책을 찾은 느낌이었다.  대화에 나오는 시골 할머니의 소박한 삶의 태도처럼 하루를 가득히 매사 일어나는 일을 숭고한 의식처럼 살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나 반성이 었다. 그래서 그런 태도를 가지려고 하루하루  삶에 적용하다 보니  이상 내가 바라는 내가 못되었어도 나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순간 내가 나로서 충만하게 살아가니 다른 사람이 안보였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노력하고 사는지 봐도 내가 뒤쳐진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고 남들은 나에게  이상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아주 우연히 발견한 행운 같은 것이었다.




이 글귀는 긴 호흡의 대하소설인 토지를 마무리하는 부분 즈음에서 나온 것이다. 박경리 선생님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말씀해주고 싶었던 위로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소설 읽기는 나에게 좋았던 방법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이 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아 괴로운 이들도 이렇게 자신만의 행운을 삶 속에서 발견하고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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