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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Gwon Jul 02. 2019

차별, 당신에게도 있는 잔인한 본능

차별 감정의 철학-나카지마 요시미치

차별로 가득 찬 삶

선택이 있으면 차별은 꼭 따라온다. 우열을 가리게 되므로. 그런데 직업, 결혼 같이 굵직한 선택은 물론이고 사소한 물건을 하나 살 때에도 선택해야 하는 걸 보면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모든 선택에는 차별이 함께한다. 결혼 적령기?!가 되다보니 결혼, 육아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는데 여기서도 차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명절에 가족과 같이 보내지 않는다고,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안쓰럽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명절을 꼭 가족과 보내야 하나? 결혼을 꼭 해야하나? 아이를 꼭 낳아야하나? 당연하다는 말로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가치를 강요하고 상처를 준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보다 차별은 생각보다 교활하게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 있다. 이 책에서는 그 불편한 진실을 하나하나 꺼내 보여준다. 친구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겉으로는 안됐다고 위로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는 나는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는 차별감정이 든다. 맞은편에서 오는 장애우를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것도 못 본 척 지나간다. 그건 오히려 장애우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또다른 차별이다.



차별은 필요하다


왜 이렇게 차별하고 사는 걸까? 나름의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라이 보존 법칙'이 딱 떠올랐다. 우리는 한 집단 내에서 규칙에 맞추어 모나지 않고 균질하게 적응해서 살아야 한다고 배운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의 본능은 그런 균질성을 추구하면서도 자신의 고유함을 찾고 싶어한다. 그래서 균질성과 고유함 사이에서 압력이 발생하게 되는데, 균질한 집단에서 어떻게든 차이를 찾아서 압력을 해소하려고 왕따를 시킨다. 또라이 보존 법칙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데 이 사람만 없으면 괜찮겠다? 아니, 그 사람이 어디론가 가도 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타겟을 바꾸어 누군가를 여전히 욕한다. 그러면서 그 사람 앞에선 자신의 악감정을 숨기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이 책은 일상에 몰래 스며들어 있는 차별을 낱낱이 밝힌다. 너무 일상적이다 보니 차별하는 건 본능이란 생각도 들었다. 인간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세상을 살 수가 없는데 '귀하게'라는 것에서 이미 상대적으로 '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므로.



내 생활 속 차별

직업상 난 생리와 병리의 경계에 민감하다. 무엇이 정상인지, 무엇이 비정상인지를 아는 것이 의료의 기본이다. 그리고 그동안 경쟁에서 치열하게 싸워온 만큼 난 비교와 우열을 가리는 데 익숙하다. 이 책에서는 그럴수록 차별을 섬세한 감각으로 자각해야 한다고 한다. 촉을 세워봤다.


연애와 결혼을 할 때 조건을 따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조건을 떠나 진정한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조건을 떠난 나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나를 이루고 있는 조건은 내가 그동안 시간을 들여 살아온 것, 운이 좋았다면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의 집합이다. 그런 조건을 보지 않으려고 억지로 눈을 가리는 건 다른 의미의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 신경쓴단 뜻이므로. 앞에 말한 장애우를 대할 때 못 본 척하는 비장애인의 태도와 마찬가지이다.


병원도 생각해볼까. 병원은 인간이 가장 약한 상태일 때 오는 곳이다. 학생실습으로 병원에 처음 왔을 때 꽤 충격을 받았다. 스스로 음식을 삼킬 수 없어 줄을 달고 있는 환자를 본 후에 정수기에서 꿀꺽 물을 마시는 내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해서 간병인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는 환자들을 빠르게 두 발로 앞질러 지나가는 내가. 멀쩡한 모습으로 그들 앞에 있어 미안했고,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몰라서 혼란스럽고 불편했다. 아파서 인상을 쓰고 있는 환자 앞에서 미소를 지어야 할지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해야할지도 혼란스러웠다. 병원에서 만난 환자에게서 느낀 이 복합적인 감정은 무엇일까? 여기에 차별감정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럼 어떻게?


철학책답게 불편한 곳만 골라서 찔러댔다. 평범하다는 탈을 쓰고 인간이 얼마나 교활하고 악랄한지 보여준다. 너 또한 그러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또 철학책답게 뚜렷하게 이렇게 하세요! 하는 해결책은 없다. 다만 그 불편함을 모른 척하지 않고 자각해서 끝까지 파고드는 노력이 철학의 존재가치다. 끊임없이 차별을 인식하고 극복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할 때, 그래서 조금이나마 차별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성숙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당신은 무엇을 차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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