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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Gwon Jun 21. 2019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나는 개구리밥이로소이다

사랑이란

한치앞도 모르는 세상에서 다들 아웅다웅 살고 있다


   어제 '내일 보자!'하던 사람이 오늘 이 세상에 없기도 하고

   별이라도 따 줄 것 같던 연인이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험한 세상에서 이 친구만은 믿어도 된다했던 절친이 내 이야기를 함부로 하고 다니기도 하고

   저 사람이랑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했지만 자본주의 미소를 띄고 몇년이고 같이 일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 파도처럼 내게 밀려오면 난 그저 개구리밥마냥 묵묵히 그 물에 몸을 내맡겨야 한단 걸 어렴풋이 알게됐다. 정신없이 휩쓸리다가 옆에서 나처럼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는 다른 개구리밥들을 보다보면 나를 뒤덮는 물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세상, 참 재밌네.'하고 득도하는 경지가 오기도 한다.


이 파도를 일으키는 존재가 어딘가에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런 초월적 존재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우주 공간 가득 거미줄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그는 거미줄 사이를 유유자적 돌아다니다가

하프 연주를 하듯 거미줄을 무심하게 퉁하고 튕긴다

그 진동이 거미줄 양끝으로 퍼지는 동안

거기에 닿아있던 다른 거미줄도 덩달아 떨린다

그의 무심한 손짓하나로 생긴 울림은 너울너울 전해진다

그리고 그 진동은 고스란히 이 세상에서 넘실대는 물결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초월적 존재를 없앨 수는 없다.

얽히고 섥힌 거미줄의 진동 방향을 예측할 수도 없다.

난 개구리밥이다, 큰 물결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개구리밥끼리 뭉친다고 물결을 멈출 순 없다

다른 개구리밥이 내가 맞을 물 세례를 대신 맞아줄 수도 없다.


그럼에도,


나 혼자 이 너울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

내 미약한 존재를 알아주는 다른 존재가 있다는 위안,

보잘 것 없는 내 존재가 또다른 미약한 존재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위안


그것으로 사는 것이다.

그 위안을 톨스토이는 사랑이라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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