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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Gwon Aug 15. 2019

가르치며 배우며(교학상장, 敎學相長)

[궁금해요, 모모쌤의 독서테라피]

학창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으세요? 


아뇨.

저는 단호히 아니라고 합니다. 한 학급에 30명 정도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른들의 사회와 다를 바 없는 권력구조가 형성되고, 사회적 동물로서 내 편을 찾기 위한 본능적이고 처절한?!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쟁, 사랑, 질투, 위선, 따돌림이 있었고, 전 예민하게 그런 걸 다 느끼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학교, 그다음은 학원, 그다음은 집에서 공부를 하느라 내 감정을 돌보지 못했습니다. 돌봐야 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학창 시절 제가 되뇌었던 말은 “난 기계다”였습니다. 제게 감정은 제가 성장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열쇠가 아니라 공부에 걸림돌일 뿐이었습니다. 감정을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우울, 불안, 회피가 심해졌고, 그 악순환으로 가득 찬 제 학창 시절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시험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야 시험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독서를 하게 됐습니다. 독서모임과 글쓰기를 하면서 제 감정의 끈을 잡고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학창 시절 억눌러 놓았던 감정 뭉터기와 마주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좋다, 싫다 정도로 이분법적이었던 감정부터 다양하게 파고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이 ‘독서치료’였습니다. 이 책은 독서치료 실용서라 각 단원 별로 아이들과의 에피소드와 아이들이 직접 표현한 것들을 자세히 실어놓았습니다. 예시를 보니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마음의 벽을 쌓아 올리는 과정도 보였고, 독서치료를 하면서 그 벽이 허물어지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독서치료의 핵심은 감정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었습니다. 감정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감정은 아이들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습니다. 제가 감정을 못 본 척하느라 급급했던 그때, 독서치료로 감정의 이름을 불러주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런데 학창 시절 독서치료를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잠시였습니다. 지금도 저는 몸만 컸지 여전히 힘들 때면 감정을 못 본 척하거든요. 실제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어른들의 이야기와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특히 가족관계에서의 고민 파트가 가장 공감이 됐습니다. 요즘 사춘기마냥 엄마의 말이 모두 간섭으로 느껴져서 불편했고, 조금씩 약해지는 엄마를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 ‘완벽한 엄마는 없고, 최선을 다한 엄마면 된다’는 말에서 한참 머물렀습니다.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당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더 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나의 엄마가 되어 살아온 그 인생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봤습니다. 단순히 어렸을 때 느꼈던 것처럼 내게 잔소리하는 엄마가 밉다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나를 낳은 나이가 된 지금, 같은 여자로서, 더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림으로 인해 당신이 감당해야 했을 희생과 동시에 느꼈을 보람을 ‘나였다면?’ 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내 삶에 간섭한다고만 생각했다가 이제는 내가 좀 더 엄마를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와 엄마의 관계가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에서 성인과 성인의 관계로 변하는 과도기를 같이 건강하게 지나 봐야겠다고 보다 큰 시간적 흐름에서 파악하게 됐습니다.


독서치료를 통해 진로, 가족관계, 교우관계 등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 풀어가는 과정은 어른인 우리가 하는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시작하는 독서치료지만 그 과정에서 어른도 본인의 삶의 경험을 토대로 더 깊이 있게 자신을 성찰할 수 있습니다. 독서치료가 어떤 건지 알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었는데 모모쌤의 친절한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니 독서치료에 푹 빠져 어느새 제가 힐링을 받고 있었습니다. 설명도 쉽고 예시도 풍부한 데다 실제로 쓸 수 있도록 워크시트도 있어서 선생님뿐만 아니라 엄마가 직접 아이와 함께 해볼 수 있겠습니다. 가르치며 배우는 교학상장(敎學相長), 그 시너지를 ‘모모쌤의 독서테라피’로 끌어올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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