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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Gwon Apr 18. 2021

30년 올빼미가 아침형 의대생이 되기까지

[미라클모닝]할 엘로드 지음

변태 같은 내 취향을 고백하자면 밤 늦도록 코피 흘려가며 공부하는 것을 어릴 때부터 동경했다. 공부하다가 코피 한 번 흘려보는 게 소원이었다. 인정한다, 변태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무리 잠을 줄이고 코를 세게 파고 코를 비틀어도 코피가 나지 않은 건 안비밀1등이 되려면 당연히 잠을 줄여가며 고생스럽게 노력해야한다고 믿었다. 4당5락이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중고등학교, 한의대 공부를 했다.


은 늘 내가 이겨야할 대상이었다. 한의대에서 공부할 때에는 시험기간 2-3주 동안 2-3시간만 자면서 공부했다. 각막에서 글자가 흡수되지 않고 다 튕겨져 나가는데도 꾸역꾸역 했다. 힘들고 고통스럽고 부정적인 생각(돌이켜보면 생각을 넘어 망상 수준이었다)에 가득차 울면서 공부했다. 성적을 잘 받으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되는 줄 알았다.


인턴, 레지던트가 되었을 때에도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잠부터 줄였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사수가 같은 지적을 여러번 반복해도 머리에 입력이 되지 않아 실수하기 일쑤였다. 의무기록을 쓰다가 깜빡 졸았더니 화면 가득 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이 가득 차 있기도 했다. 꿈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져서 분명히 이거 했던 일 같은데 알고보니 꿈에서 했던 일이기도 했다. 작은 갈등에도 뾰족하게 반응했다. 지금은 그게 다 잠 때문이라는 걸 알지만 20대 중반까지도 나 자체의 문제인 줄 알았다. 난 왜 이렇게 일을 못하는 거지, 난 왜 이렇게 예민한거지하며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그러다 일과 의대 준비를 병행하면서 최대한 효율적인 공부를 해야했다. 체력 상 더이상 잠을 줄일 수도 없었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기 위해서 일거수 일투족을 시간표에 기록해봤다. 어디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나. 어느 틈새에 공부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나. 그러다 알게된 것이 집중도와 잠의 관계였다. 난 적어도 통잠으로 6시간은 자야하는 사람이다. 거기다 낮잠 20분-1시간도 필요하더라. 그것을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알았다. 아니, 그전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다가 그제서야 받아들였다는 것이 맞겠다. 하지만 거의 30년이 되도록 형성된 올빼미형 생활습관을 갑자기 고치기는 너무 어려웠다. 짧은 시간동안 절대적으로 많은 양의 공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수면 시간 확보보다는 몸을 혹사하더라도 그날 할당량은 해야 겨우 잠이 왔다. 살풋 잠이 들더라도 가위에 눌리기 일쑤였다.


감사하게도 의대에 합격했다. 이전 공부와 달라진 것이 있었다. 공부에서 효율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고, 효율적 공부를 위해서는 몰입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고, 몰입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공부에 압도되지 않고 즐기면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 일할 때 보상심리 때문에 괜히 딴 짓하다가 더 늦게 자고 또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컨디션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받던 악순환도 끊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본과1학년 때에는 우선 수면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아침형, 올빼미형 신경쓰지 않고 하루에 자야할 시간은 적어도 6시간은 확보하려고 했다. 확실히 육체적, 정신적으로 덜 힘들었고 오히려 행복했다.


그리고 이제 본과2학년이 되면서는 아침형으로 사이클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두었다. 그런데 미라클모닝을 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미라클모닝 책은 읽어보지 않았다.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알기 위해 미라클모닝을 읽기 시작했다.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생각해야할 것이 많았다.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그리는 작업이 필요했다. 아직은 모호하다. 뚜렷한 목표를 시각화하며 미라클모닝을 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미라클모닝을 하는 과정 자체가 상쾌하고 뿌듯하다. 내가 원하는 미래는 점차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찾아나갈 것이다.

개강하고 미라클모닝을 실천한지 한 달 반이 지났다. 알람을 끄고 더 잔 적도 있고, 피곤해서 낮잠을 조금만 자볼까 하다가 쿨쿨 자버려서 밤잠이 늦어진 적도 있고, 때이른 모기 소리에 잠에서 깨버린 적도 있다. 그래도 꿋꿋이 실천을 해왔다. 규칙적인 아침형 생활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오랫동안 느껴와서인지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다. 할만해서 오히려 놀라웠다. 진작할 걸. 두 달 전만 해도 스스로를 올빼미형이라고 했다. 밤새벽의 차분한 기압이 좋았고 새벽 감성이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 아침, 하루가 힘들다는 것을 간과했다. 막걸리는 참 맛있지만 호로록 먹고나면 숙취로 하루종일 힘든 것처럼.


이젠 주변사람들에게 미라클모닝을 하고 있는데 좋더이다 하고 열심히 홍보한다. 더이상 올빼미형이라고 하지 않고 미라클모닝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규칙적으로 아침시간을 확보하니까 하루 공부시간도 늘어났다. 마음도 여유롭고 몸도 가볍다. 그리고 다행히 그렇게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꽤 잘 지키고 있다. 내 경험을 쓴 이 짧은 글로 누군가가 갑자기 바뀌길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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