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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Gwon Oct 18. 2021

엔딩노트

나의 엔딩노트


1. 아래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남겨두기

2. 가장 먼저 영정사진 찍기. 남은 나날 중 가장 건강할 지금을 남겨두기

3. 집 청소, 정리, 남겨줄 물건은 이름표 달기, SNS 정리, 컴퓨터 파일 정리, 클라우드 사진 정리

4. 장례식 초청자 명단 리스트 작성, 장례식 진행과 추도사 해줄 사람 정해서 부탁하기

5. 초대 인원에 맞는 장례식장 고르기

6. 장지는 집과 가까운 서울 근교 수목장으로 알아보기. 날 그리워할 누군가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도록 자리 만들어두기

7. 장례식 초대장은 청첩장처럼 화사하게 만들기. 일괄적인 초대장이 아니라 초대하는 사람 한분한분에게 맞추어서 감사 인사와 사과, 용서, 하고 싶었던 말 직접 편지 쓰기

8. 장례식에 쓸 영상편지 남기기

9. 체력이 되는 한 소중한 사람들 직접 만나 장례식 초대장 주면서 밥을 사고 마지막 인사하기

10. 장례 절차는 간단하게: 감사 인사 - 내 영상편지 - 소중한 사람들의 추도사 – 내 엔딩노트 영상 - 식사

11. 부의금 정중히 거절하기. 귀한 시간 내어 와준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다.

12. 남길 재산 법적 처리해두기

13. 가족들과 많은 대화하기

14. 몸 상태와 가족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DNR, 장기기증서약, 마지막을 병원에서 보낼지 집에서 보낼지 결정

 


엔딩노트를 계획하면서 느낀 점


이기적이게도 내가 책임져야할 사람이 없다는 것에 안도를 느꼈다. 책임져야할 자식이나 남편이 없어서 내 죽음을 앞에 두고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 자유로움에 감사했다. 내가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이 설령 사고사라 하더라도 여한이 없고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서 감사했다. 그리고 참 못 났지만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자면 부모님보다 먼저 가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했다. 부모님이 떠나는 걸 볼 자신이 없고 부모님이 떠난 이후 당신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느낄 고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누군가의 엔딩노트에 기여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 다큐멘터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자식, 부인, 심지어 어머니한테 죽음에 대해 상의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어떤 장례식장에서 하고 싶은지, 어디에 묻히고 싶은지 등을 상의하는 모습에서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가 마지막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남은자의 애도 과정을 덜 힘들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떠나는 자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더 편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또 있었다. 의사가 사망 선고할 때 가족들에게 "괜찮으시다면 이제 심장, 폐 소리를 듣고 안구반사를 본 후 사망선고를 하려고 합니다. 괜찮으신가요?"하고 검진할 때 '누구누구씨, 실례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그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마지막까지 사람으로서 존중하는 태도가 아름다웠다. 언젠가 나도 이 세상을 떠나갈 때가 올 텐데 그 때 누군가가 날 이렇게 대해준다면, 또는 내 소중한 사람이 떠날 때 누군가가 그 사람을 이렇게 대해준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았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의사라는 이유로 환자들은 기꺼이 그들의 마지막에 의사가 개입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그 허락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고, 한 생명의 무게를 오롯이 느끼고 기꺼이 그 무게를 함께 질 줄 아는 의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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