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가고 싶어서 간 날은 없었다.

복싱 6년 차, 내가 복싱을 놓지 못한 이유

by 또리

복싱이 곧 나의 정체성이 된 지 벌써 6년째다. 6년 동안 복싱만을 해왔기에 다들 내가 복싱을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믿어왔다. 하지만 사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매일 갔던 복싱이지만, 가고 싶어서 간 날은 하루도 없었다.


오늘도 복싱을 갈 시간이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느라 하루를 제대로 보내지도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길에서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 뜻밖의 대화와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시간 아깝다며 후회했겠지만, 오늘은 운동을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날이어서인지 이상하게도 조금은 의미 있는 하루로 남았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오늘도 사실 운동이 정말 가기 싫었구나.


이렇게 가기 싫은 운동을 나는 왜 매일 갔을까?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이었다. 첫 회사 생활은 나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종이를 자르는 사소한 일부터 인사하는 태도까지 나무라던 팀장님 밑에서 매일 8시간을 버티는 건, 그때의 나에게는 큰 상처였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눈물을 참는 날이 더 많았다. 그렇게 울고 체육관에 가면, 운동은 너무 격해서 눈물인지 땀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땀에 섞여 눈물을 흘리고 나면, 씻고 돌아오는 길엔 마음까지 조금 가벼워졌다.


출석률이 높다 보니 관장님 눈에 띄어 스파링을 시작했고, 시합에도 나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복싱은 또 다른 의미가 되었다. 시합에서 우승하기. 그것은 사회가 쉽게 증명해주지 않던 나를 증명하는 일이었다. 취업 준비를 하며 자격증을 따고 학점을 올리며 열심히 쌓아 올렸지만, 서류는 붙어도 면접에서 계속 떨어졌다. 그 사이 친구들은 하나둘 취업했고, 나는 아직 시작도 못한 채 멈춰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나에게 복싱은 유일하게 결과를 보여주는 세계였다. 단지 매일 했을 뿐인데, 어느새 나는 대회에서 우승하는 선수가 되어 있었다.


복싱은 분명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희망이었지만, 어느 순간 집착이 되어 독이 되기도 했다.


노력 끝에 취업을 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예전처럼 매일 운동을 갈 수 없었다. 그러나 복싱을 하지 않으면 나는 또다시 버려질 것이라는 두려움, 나를 유일하게 설명했던 정체성이 뺏겨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로 인해 억지로 체육관을 가는 날들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복싱도 나도 서로에게 지쳐버렸다.


복싱과 나 사이에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점이 와버린 것이다.


한 달 동안 운동을 쉬었을 때의 자유는 유난히 달콤했다. 그러나 그 자유는 결국 불어버린체지방으로 이어졌고, 살찐 나의 모습을 보니 나 스스로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복싱을 내 인생에서 없앨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균형을 찾으려고 한다. 매일 가야 한다는 강박 대신, 오래갈 수 있는 방식으로. 모든 걸 쏟아내지 않더라도, 복싱은 여전히 나를 설명해 준다는 걸. 그러나 이제는 나 전부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그럼에도 내일 운동 갈 생각을 하면, 여전히 조금 피곤하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