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되는 독서습관
서른한 살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해 보겠다고 집에는 인터넷이 되지 않아 노트북 들고 도서관에 가서 인터넷 강의를 듣고는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터넷 그거 얼마 하지도 않는데 2만 원 정도를 아끼기 위해서 악착같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 다녔던 도서관은 성내도서관이었는데 우리집은 강동구청역 근처였고 도서관은 강동역 근처라 조금 걸어야만 했다.
나는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었고 아내는 소설을 읽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조잘조잘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는 것이 나에게는 커다란 행복이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둘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올림픽 공원을 산책할 때면 커다란 집이나 성공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 둘만 있다면 행복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신혼집을 뒤로하고 이사를 하게 되었다.
무의식의 영역이 참으로 무서운 것 같은데 두 번째 집을 구할 때에도 나의 첫 번째 기준은 바로 도서관 옆으로 이사를 하는 것이었다.
강동구에서 수원까지 주말마다 집을 보러 다녔다.
금액은 너무 부족했지만 살기 좋고 깨끗하면서 도서관이 있는 곳이 있을까?
6개월 이상 집을 보러 다니면서 안 가본 곳이 있었다.
바로 야탑동이었는데
큰아버지가 살고 계신 곳이라 별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나에게 별도로 연락을 하시거나 힘들게 하지는 않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명절 때면 큰아버지 댁에 갔다가 지겨움을 이기지 못해 엔씨백화점 근처에 있는 PC방에 놀러 가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알아본 집 5분 거리에 분당중앙도서관이 있었으며 그곳에는 엄청나게 많은 책과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공기도 좋고 도서관에 갈 때면 등산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산책하기에도 너무 좋았다.
게다가 집도 신혼부부가 살던 집이라 깨끗하고 아늑했다.
우리 소중한 아가들이 모두 태어난 곳이라 나의 마음속에서 가장 아련하고 행복한 곳이었던 것 같다.
매주는 아니었지만 시간 날 때마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다.
나는 회사 다니느라 생각을 많이 해보지 않았는데 취업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라는 사실을 도서관에서 많이 느낀다.
책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공무원 시험, 자격증 시험공부를 치열하게 하고 있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 자극이 되곤 했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마음으로 살다가 운이 좋게도 아파트에 당첨이 되고 도서관 옆에 사는 것은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례 신도시로 이사를 하고 얼마 후 중앙타워에 영풍문고가 오픈을 하게 되었다.
정말 가슴 뛰는 공간이 집 앞에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도서관은 다양한 서적이 있지만 신작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최신 트렌드나 경영기법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신작 도서를 무제한 볼 수 있는
영풍문고가 너무나 소중한 장소였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두 아이를 케어하느라 영풍문고에서 라푼젤, 백설공주를 끝없이 읽는 것이었지만
아이들의 킥보드를 영풍문고 앞에 세워 놓고 동화책을 읽었던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결혼하고 다산 신도시로 세 번째 이사
이 곳 다산신도시는 북부의 진건지구와 남부의 지금지구로 나뉜다.
진건지구는 다산역이 들어오는 곳으로 구리시와 인접하고 상업지구가 발달되어 있으며
지금지구는 토평IC 수석대교가 인근에 있어서 대중교통보다는 도로가 발달되어 있는 곳이다.
자차로 출근하는 나로서는 지금지구가 유리했다.
물론 원해서 지금지구로 간 것은 아니었지만
다산 정약용으로 네이밍 한 도시답게 곳곳에 다산의 이야기가 묻어 있다.
그런데 다독의 상징인 정약용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토평역 근처에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있었는데 너무 노후되고 아이들과 이용하기에는 차량도 많고 여러모로 불편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집 근처에 정약용도서관이 오픈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했지만 아이들이 조금 더 크고 나만의 시간이 확보되면 도서관에 가서
공부도 하고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었다.
드디어 오픈하는 날이 왔고 두 딸을 데리고 무작정 찾아갔다.
정약용도서관 국내 6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도서관으로 신축 도서관답게 수려한 디자인과 웅장함으로 나를 맞이했다.
최근 트렌드에 맞게 유아들만을 위한 공간이 존재했으며 다른 도서관과 다르게 책장을 높이지 않고 낮은 책장이 인상적이었다.
개장한 지 3일 차 밖에 안 되어서 그런지 코로나19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공간이 북적북적했다
처음 분당중앙도서관에 갔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책을 읽고
일자 책상에 모여 노트북에 전원을 연결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밤에 롤 2판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오늘을 진지하게 투자하고 있었던 것이다.
건물의 내부, 외관은 둘러보았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매주 거기에 와서 공부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자주 도서관 시설을 자주 이용하고 싶지만 아이들이 활자에 관심을 가지기 전까지는 놀이를 통해 교감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코로나 19가 끝나면 정약용도서관에 가서 아내와 아이들을 놀이공간에 넣어놓고 단 1시간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서관 옆에 우리 집이 있어서 이런 사치를 누릴 수 있나 보다
2020.05.25
웰스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