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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다

오늘만큼은

by 이준성공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싫다.
이런 날은 그냥 쉬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일찍 잠을 잤다.
아이들이 교통사고로 다치는 꿈을 꾸었다.
악몽에 잠에서 깨어보니 새벽 4시

6시 알림이 울리고 회사로 출근했다.
어제 점심에 선배와 했던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는 HR 업무를 10년 넘게 해오다 몇 년 전에 기술 PM으로 직무를 바꾸고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으며 목표를 향해 꾸준하게 도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에게 하소연했다.
“물고기들을 나무 타기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형편없다고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 이카루스 이야기라는 예시를 들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나무 타기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업무를 바꿔보라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경영학과 관련된 만화책이 있는데 한번 읽어보고 업무에 적용해 보라고 말이다.
그리고 내 독서 목록이 너무 투자나 취미 쪽에 편중되어 있으니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책을 읽어 보라고
마음속에서 살짝 반감이 들었지만 사실대로 고백했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 만족을 못하고 인정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반대급부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게 된다고

회사에서 해야 할 업무를 좋든 싫든 해야 하는 것은 잘 알지만 인생이 짧고 직장생활도 길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뭔가 좀 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찾고 싶어서 조바심만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볼 때 우리는 백종원의 시점에서 가게 주인들을 바라본다.
고기는 왜 열흘이 지난 냄새나는 고기를 쓰는지
위생상태는 왜 이리 엉망인지
고집은 또 왜 그리 쌘 지 도대체 말을 알아 쳐 듣지를 않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골목식당 주인처럼 살고 있었다.
백종원은 방송이니까 어쩔 수 없이 참을성을 가지고 들어주고 솔루션을 제시해 주지만
평범한 우리들 회사원들은 그런 피드백을 받을 기회조차 없다.
그냥 일못 병신 찌질이로 찍혀서 고통받다가 내가 왜 짤리는지도 모르고 쓸쓸히 퇴장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자존감 뭐 이런 이야기 하려고 글을 쓴 것은 아니고 남이 나에게 하는 피드백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여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오늘내일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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