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동안 책쓰기에 실패한 사람의 새로운 도전
녹음기로 책을쓰다
책을 쓰는 꿈이 있었다.
책을 왜 쓰고 싶냐라고 말하면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평생에 내 이야기로 쓴 책 한 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책만 좋아하고 활자로 된 책을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읽지 않았다.
군대에 갔을 때 너무 할 일이 없어서 빈둥거리다 우연히 샘터하고 좋은생각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을 읽고 나서 책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군대에 전역하고 나서부터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군대에 있을 때 한 달 한번씩 어머니의 소포가 도착했다.
소포 안에는 어머니가 보내주신 책이 들어 있었고
쉬는 시간마다 그 책을 읽으며 내 삶을 기록했다.
군대에서 전역하고 엔씨소프트에서 우편물을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도
책을 사서 읽는 것이 큰 기쁨이었고 그 책을 쓰고 싶은 열망이 나에게도 생겼다.
그게 벌써 20년 전일이다.
책읽기와 무관하게 중학교 때부터 스크랩 하는 걸 좋아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가사나 이미지를 스크랩을 하는게 취미였다.
X-JAPAN의 노래 가사를 한글로 번역한 가사를 PC통신에서 다운로드 받아
프린터로 출력하여 스크랩을 하는 방식이었다.
그때 내가 메모에 남긴 글이 있는데
꼭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다.
이렇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썼던 기억이 난다.
각을 잡고 책을 쓰려고 보니 한 편 또는 두 편 정도 쓰면 더 이상 진도를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냥 뭔가 잘 하려고 하면 할 수록 힘이 들어가고
환경설정과 루틴이 없다보니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열정으로 포기하는 것을 반복했다.
책쓰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야기가 나와야 되는데
그게 연필이나 키보드 타이핑 같이 손가락으로는 잘 표현이 안 된다는 사실을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내가 볼 때 작가란 손가락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말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냐면 친한 기자 분이 한 분 계신데
그 분은 생각도 남들과 다르고 깊은 생각을 갖고 계셨지만 말을 참 잘하셨다.
말을 잘한다는게 글쓰기하고 무슨 관련이 있는가에 대해서 묻는다면
반박할 수 있는 논리가 없다.
하지만 그 기자님은 말씀도 잘 하시고 글도 아주 잘 썼다.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흥미로운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보통은 내 기준으로 삶을 바라보는데 남은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그 사람의 입장에 빙의해서 생각해 보면은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그의 글쓰기는 무엇일까?
글쓰기는 요리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만드는 주 재료(주제)와 부 재료(소재)는 이미 확보해 두었고
그 동안 가지고 있던 노하우와 테크닉으로 독자들이 원하는 음식(글)을
요리하는 것이 아닐까?
나처럼 평생 페북에 똥글만 싸지르면서 라면만 끓인 하수와 너무 다르게 말이다.
기자님이 나에게 했던 말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할 말이 너무 많아서 견딜 수가 없을 때 책이 나온다
곰곰히 생각해 봤다.
똑같은 사람인데 나는 책을 못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결국 할 말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책을 쓸 수 없었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책을 쓰기 위해서 내 속에 더 많은 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을 했고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정해진 분량을 매일 채워 나가야 된다는 압박감도 있어야 되고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피드백을 받고 상호작용(댓글이나 후원 같은 것들)하는 과정도 필요한데
그런 과정이 없이 혼자서 글을 쓰다 보니 쉽게 포기하고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20년간 블로그를 열심히 하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도 생기고
4년동안 팟캐스트라는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고
2년 동안 유튜브를 하면서 기획, 촬영 그리고 편집에 대한 노하우도 생겼다.
이런 시간들이 저는 결코 헛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들이 저의 앞으로의 인생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다시 책 쓰기로 돌아오면 책을 내가 제대로 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내가 잘하는게 뭘까?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최근에는 음성 인식 기능이 많이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쓰기 포맷을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포스팅에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대해서 생각이 글로보부터 시작될 때 보다
말하듯이 이야기했을 때 생산성이 훨씬 좋았고
내용이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말하듯이 노래하라
항상 멘토들이 얘기한다.
그 멘토들은 왜 말하듯이 노래하라고 이야기했을까?
말하듯이 노래한다는게 무엇일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블로그를 음성으로 녹음하면서
그게 무슨 말인지 조금 깨달을 수 있었다.
최근에 회사에서 서로 오해할 만한 이슈가 있었고 메일로 주고 받다 보니 잘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직접 만나서 10분 정도 이야기를 하니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
글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 안에 있는 진심이 혹은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해지는 것은 말이 가장 효과적이고
내 입으로 나온 말은 내가 가지고 있는 어휘나 단어 중에
가장 적절한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평상시에 훌륭한 생각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나의 말과 행동도 훌륭할 것이고
내가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면
내 말과 행동도 쓰레기처럼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최대한 타이핑을 줄이고 말로 글을 써 보기로
"인생은 타이핑이다"라는 내 인생의 모토와 조금 다르게
음성으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반대되는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이 변화하고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잘못된 방식을 과감하게 바꾸고
새로운 것에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3,000자씩 60일만 녹음을 하면 나의 인생에 책 한 권이 탄생한다
나의 도전에 공감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서는
브런치 스토리에서 응원하기를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다.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이준성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