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는 좌펜더, 우깁슨
일렉트릭 기타, 어쿠스틱 기타, 기타 등등
얼마나 가슴 설레는 악기인가?
건반악기 관악기 타악기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한 학기만 해 장점이 있다.
물론 다른 악기들도 세 개나 강도 조절을 통해 음악에 감정을 전달할 수는 있지만
현악기처럼 정교한 손끝을 이용하여
음악의 기쁨과 슬픔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악기가 과연 있을까?
내가 전자 기타에 빠져 든 건
1997년 X-Japan의 'Blue Blood'라는 앨범에서
'Week End'라는 음악을 접하고 나서부터였다
화려한 기타 연주와 솔로 Visual Shock로 다가온 패션까지
나는 X japan이라는 밴드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주변에 친구들은 Helloween이나 NIRVANA 같은 음악들을 좋아했는데
나는 특이하게도 X-Japan을 좋아했다.
내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는 소위 스피드메탈이라고 하는 빠른 템포에 록 음악을 추구했다.
밴드의 꽃이 보컬이라는 말도 있고 기타라는 말도 있고 여러 썰이 있지만
나는 노래를 잘 못 하기 때문에 기타를 선택한 것도 있다.
노래를 잘했다면은 굳이 기타를 안 쳤을 것 같아
잘생긴 보컬이 노래 부르는게 세상에서 제일 멋있지 않나?
노래는 조금 못 하더라도 기타만 잘 쳐도 그 간지가 아주 예술이지
처음에 기타를 치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긴 계기는
내 고등학교 친구인 종연이 내 영향이 상당히 컸어
그 친구 집에 가면 기타가 있었는데
종연이가 연주하던 Metallica의 Enter Sandman이나 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rits, Helloween의 Atale That Wasn't Right 진짜 존나 멋있어 보였어
약간 중2병 걸린 겉멋에 찌들어 있는 소년 같았지
종연이도 나처럼 못생기고 노래를 더럽게 못 했어(심지어 나보다 노래를 더 못했어)
그 친구도 아마 얼굴이 잘생기고 노래를 잘했으면
절대 기타를 치지 않았을 거야 기타리스트를 비하하는 건 아니고
내가 기타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니
오해 없길 바래
내가 처음 산 기타는 통기타였어
통기타로는 이펙트가 들어간 그 멋진 디스토션 사운드가 나오지 않았어
처음부터 잘못됐던 거지
통기타는 내 흥미를 전혀 끌지 못했어
그래서 기타에 대한 열망이 식어갈 때쯤
이종사촌형이 갑작스럽게 군대 전역을 하고
서울예술대학에 기타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 집 근처로 이사로 왔어
형이 부러웠던게 서울에 올라와서 생활비를 모두 이모가 다 내 주셨어
형은 지하 단칸방에서 하루 종일 기타만 연주했어
나는 시간 날 때마다 형 집에 놀러 가서 기타 연주를 구경하는게 너무 즐거웠어
형은 YNGWIE MALMSTEEN의 CRASH & BURN과
https://youtu.be/dJhvmsy0AHo?si=ZQTBzQZIdrcWdg1f
Impellitteri Stand In Line 같은 연주를 엄청 잘했어
https://youtu.be/uTzp0XZodeU?si=Xlcl-QSp9hpXQFyx
물론 미스터빅을 사랑한 우리 형의 별명은 달 길버트였어
이렇게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은 난생 처음 본 거지
내 또래와 같은 인간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기타를 잘 치는 이종사촌형이었어
형은 음악의 진심이었던 것 같아 손재주도 좋아서
기타를 고치는 일도 직업으로 삼을 정도로 음악의 진심이었던 것 같아
엔씨소프트의 AION이라는 게임을 함께 할 때도
가르쳐 준 나보다 훨씬 레벨도 높고 장비도 좋았던 걸 보면
무엇을 하든 센스가 참 좋았던 거 같아
그리고 오토바이도 즐겨 타는데
취미 수준이 아니라 거의 매니아 수준으로
최고가의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해
물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사고도 나고
병원에 입원도 하고 지금은 오토바이 타고 있는지 모르겠어
가끔 형이랑 술 마시고 음악 얘기하고 게임 얘기했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한 거 같아
정말 착했던 형이야
아무튼 내가 기타를 다시 치게 된 계기는 이종사촌 형의 영향이 커
형이랑 같이 낙원상가에 가서 Jackson OEM 기타를 중고로 샀어
대충 위 기타 같은 모양이었는데 기타를 다른 분에게 줘서 지금은 없어
나는 기타 소리를 잘 모르니까 형한테 부탁 했는데
그 검정색 잭슨 기타가 나한테는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어
일단 소리를 떠나서 중고 제품이라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었는데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다 보니까 끌려 다녔던 거 같아
그때 거절했어야 되는데
뭐 그래도 그 잭슨 기타로 공연도 많이 하고 추억에 많이 묻어 있는 기타이기도 해
그 기타를 가지고 고등학교 동창들하고 만든 Another라는 팀에서 기타도 치고
홍대에서 유명한 밴드 네미시스의 노승호군이 보컬이었는데
노승호군이 보컬이 된 이유는 그가 제일 잘생기고 노래를 잘하기 때문이었어
아마 내가 노래를 잘하고 내가 잘생겼다면 내가 보컬이 되었겠지
인생은 그런 거야
얼굴과 목소리는 타고 나는 거잖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걸
나는 그때 깨달았던 거 같아
기타리스트는 독한 사람들이야
자신이 갈 수 없는 영역에 도전하는 미친 사람들인 거지
스무살이 되고 기타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
군대를 가기 전에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부모님께서 감사하게도 내가 PC방에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따로 터치를 하지 않으셨어
PC방 아르바이트 하면서 번 돈을 6개월 정도 모았던 거 같아
낙원상가에 기타를 사러 갔어
기타 브랜드 중에 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두 개가 있는데
물론 더 위에 하이엔드급의 브랜드도 있지만
당시 우리 고딩들 혹은 20대 초반에 있는 사람들에겐
선택지가 딱 두 개였다고 보면 돼
하나는 팬더라는 브랜드고 하나는 깁슨이라는 브랜드야
좌펜더 우깁슨이야말로 기타리스트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무기였고 행복이었지
깁슨 보다는 팬더의 소리가 좋았어
뭔가 카랑카랑 하면서도 앙칼진 소리가
나의 심장을 후벼 파는 그런 느낌이었지
반면에 깁슨은 묵직하면서도 걸쭉한 사운드가 아주 일품이지
물론 나중에 깁슨도 샀어
팬더 기타를 매주 보러 갔던 거 같아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들이 많이 있지만
컴퓨터를 사기 전에 컴퓨터를 보러 다녔던 시간들
게임타이틀을 사고 싶어서 용산전자상가를 돌아다녔던 순간들
기타를 너무 사고 싶어서 낙원상가에 매주 놀러 가서
"저 기타는 내 기타야"라고
자기개발 도서 같은 걸 보면 꼭 그런 이야기가 있잖아
상상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이미 소유한 것처럼 행동하라"고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나는 저 기타의 오너가 나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
그리고 그걸 마치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어
결국에는 그 기타를 갖게 됐어
드디어 기타를 사려고 마음먹은 날
마음에 드는 기타를 발견했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어린 시절에 같은 동네에 살던
대혁이 형이 낙원상가 기타 샵에서 일을 하고 있던 거야
대혁이 형은 내가 사랑하는 기타를 강력 추천해 줬어
당시에 돈이 모자라던 나에게 자기가 돈을 빌려 줄 테니
이 기타를 사라고 하는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은 약간 내가 호구짓을 한 것 같은데
그 말을 믿고 지금의 기타를 산 거야
하지만 나는 내 기타가 너무 좋았어
그때 산 팬더 기타를 25년째 쓰고 있는 걸 보면
나는 기타를 참 잘 산 거 같아
1. 통기타를 살 때 후회했고
2. 전자기타를 중고로 살 때 후회했지만
3. 팬더 스트라토 캐스터 론스타 N모델을 살 때는 후회가 하나도 없었어
너무나 만족스럽고 너무나 좋은 기타야
소리는 점점 더 농익고
넥은 내 손 모양에 맞춰지고
바디는 내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아주 훌륭하지
그래서 나는 내 팬더 스타트 캐스터가 너무 사랑스러워
내가 죽을 때 함께 불태워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 영혼이 기타와 함께 연주하면서 사라질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