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할 것인가? 말 것인가?

변화를 직시하고, 적응하라!

by 아리
KakaoTalk_20200223_151827800.jpg


30대 후반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이른 건지 늦은 건지는 모르겠다.

흰머리가 부정적인 건 아니라고 쭈욱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막상 흰머리가 나니, 신경이 쓰이는 실질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염색 할 것인가 말것인가?



1~2년은 새치라고 하며 넘겼지만, 40대가 넘어가니 본격적으로 흰머리가 나기 시작해서 작년부터는 염색을 하지 않으면 신경이 쓰이는 정도가 됐다.

흰머리가 나고 나니 내가 흰머리를 신경 쓰여하는 타입인걸 알았다.

흰머리는 연륜이나 우아함으로 표현할만한 재간이 나에게는 아직 없다.


사실 미용실에 가서 새로운 컬러로 염색을 해보고 스타일을 바꿔보는걸 꽤 좋아했는데, (그래 봤자 내 눈에 변화고 변신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미용사들이 묻기 시작했다.


“새치머리가 있는데 염색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네???"


가서 컬러만 고르면 됐는데....

새치염색과 일반 염색의 차이가 무엇인가 하고 물으니, 새치염색 같은 경우는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서는 갈색부터 검은색까지 다크한 컬러로 색상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컬러를 선택하는 일에서 컬러의 선택폭이 줄어든다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과 같다는건 후에서야 알았다.


나는 원래도 다크한 컬러가 어울리지 않아서 밝은 컬러로 염색을 하는 것이지만 혹시 시크한 느낌으로 잘 어울릴수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흔쾌히 블랙으로 염색을 했다.

하고 나니 못 봐주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어깨까지 오는 긴 단발 기장에 블랙 염색은 조금 무겁고 촌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짧은 단발로 컷팅을 했다. 이건 나름 좋은 선택이었다. 그래도 블랙컬러는 맘에 들지 않았다. 나이들어 보이는 느낌이다. -_-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곧 흰머리가 삐죽삐죽 올라오기 시작했다.

‘좋아 잘됐어 다시 하자 염색! 흰머리 커버 안해도 되니 내 뜻대로 하는거야!’

밝은 색으로 염색을 하려고 맘을 먹고 가서 물으니, 블랙으로 염색을 한 머리는 밝은 컬러의 염색이 잘 먹지 않는단다. 탈색을 해도 검은색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서 지저분한 염색이 된다는 것이다.

블랙 컬러감이 빠질 때까지는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거나 아예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또 새치커버로 블랙 염색을 하고 왔다.

뭔가 이건 아닌데... 쎄한 느낌이었다.


1년 정도 블랙 컬러가 빠지는 동안 나는 자라나는 흰머리를 견디기 어려워... 갈색으로 염색을 계속했었다

1년 후에야 밝은 색으로 염색을 할 수 있었다.

밝은 염색을 한 직후에 나는 만족을 했지만, 보란 듯이 흰머리는 자라나고 어찌그리 잘 보이던지...ㅠㅠ


사실 밝은 컬러 속에서 흰머리는 꼴 보기 싫었다.

‘그래! 어두운 색으로 다시 바꾸자!’ 또 바꿨다.

흰머리가 났으니 자라나는 것은 당연한 거지만 계속 다크 한 컬러로만 해야 하는 이 상황이 꽤 오랫동안 스트레스였다.


이 신체적 변화의 기간 동안 나는 미용실에 가도 대체적으로 컬러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당연하지 않은가..단점을 감추는 거지, 내 뜻대로의 변화는 아니었다.

흰머리가 나는 순간 이전처럼 자유자재로 컬러감을 바꿔보거나 하는 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흰머리가 보이는 사이로 컬러감을 입히게 되는 건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었다.)


나도 몰랐다. 왜 40대 50대가 되면 왜 스타일이 획일화되는지...

게으르거나, 보는 눈이 변화했거나, 가치관 경제관념의 변화(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다른 쪽에 쓰는 게 더 낫다는 가치관의 변화)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나이가 되어보니 그 고충을 알겠다.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2년정도 만족스럽지 못한 미용실 마실을 계속 다니면서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컬러를 선택하지 못할 바에는 미용실에서 염색은 하지 않겠다. 어차피 블랙이나 브라운은 나에게 그냥 어두운 컬러일 뿐이다.

매번 미용실에 매번 갈 때마다 ‘아 ~나는 컬러 선택의 여지가 없어’라는

좌절을 경험하려고 돈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갈등을 이렇게 하다가 집에서 염색을 하기 시작했다.

새치커버의 염색은 브라운 계통의 컬러로 결정을 하고, 브라운 컬러에 어울리도록 머리 컷팅은 좀 더 신경을 쓰면서 짧아졌다.

컬러의 무게감이 무거워진 만큼 경쾌한 느낌을 주려고 한 것이다.

어찌 되었건 2년간의 갈등의 시간은 끝이 났다. 별거 아닌 걸로 고민한다는 생각이 드는가?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 결정은 40대로 접어든 나에게는 첫 나이듬의 인정 같은 거였다.

나는 지금 질풍노도의 40대를 겪고 있다. 작은 거지만 나한테는 큰껀들이라 고민하고 결정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빠른 결정과 확신이 있는데, 이런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한다.

이래서 엄마가 집에서 염색을 하는 거였구나 하며 이제야 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신랑의 허리디스크 4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