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주무르기, 두드리기

by 아리

요즈음 아침에 눈을 뜨면 매일 먼저 하는 것은 몸을 주무르고, 두드리는 것이다. 이렇게 없던 습관이 생긴 것은 내가 지금 암환자이기 때문이다. 림프절을 제거하면 몸이 부을 수 있으니 림프 마사지를 해야 한다고 하는 지침이 나에게 와서는 몸을 주무르고, 두드리는 습관이 되었다.

원래 림프 마사지는 림프순환을 하는 방향대로 쓰다듬어 주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모든 것은 각자에게 오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이 되므로, 나는 대략적으로 살살 주무르거나 두드린다.

일찍 자야한다는 지침에 따라 10시정도 잠을 자면 대략 5시정도에는 눈이 슬그머니 떠지는데, 그렇게 눈이 떠진것도 벌써 3달이 지났다. 이렇게 3달 동안이나 몸을 주무르다보니 옛날에 내 몸이 나에게 했던 말들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나는 타고나길 건강하게 타고났는데, 이상하게 배를 세게 누르면 배가 아팠다. 이게 이상해서 친구들한테도 물어보고, 남편한테도 물어보곤 했는데, 다들

"세게 누르면 아프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누르면 압박이 가해지고, 장기가 있으니 당연히 아프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게 다만 압박으로 인한 압통은 아닌 거 같았다. 장기중에 어딘가 아픈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누르지 않으면 전혀 아프지 않고, 눌러도 묵직한 압통에 작은멍정도의 통증이 더해지는 정도였고, 정도는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으므로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오늘와서야 느끼게 되었다. 몸을 계속 주무르고, 두드리다가 생각해보니.. 지금은 아무리 눌러도 아프지가 않다. 아픈 암이 생긴 난소를 제거해서인가?

이미 난소암 수술로 난소와 자궁은 없어지고, 림프절도 일부 없어졌다. 그때 그런 통증이 미약하게나마 오래동안 있었던건 내 난소가 아프다고 아우성친건가?


아차 싶은 느낌이 있었다. 배를 누르면 아픈 것은 정말 오래됐다. 10년 정도는 된 거 같다. 몸은 계속 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쪽이 좀 안 좋으니 관심을 가져줘"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 심한 통증은 주지 않을게! 제발 관심 좀 가져줘 "

"10년이나 이야기했는데, 왜 내 말을 알아듣질 못하니?"

"이대로는 곤란하겠다. 나도 더 이상은 한계야"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오늘에서야 들었다. 그동안 나는 내 몸을 온전히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 생각이었고, 운동은 매일 했지만, 그건 학대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지금에서는 든다.

머릿속이 정말 복잡할 때는 정말 탈진할 정도로 걸었고, 그걸로 나는 내 몸에 대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을 했다. 피곤해서 지쳐 잠든 나를 보며 오늘 하루 잘 살았다고 위안했다.


그때는 이런 내가 대견하고 미더웠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마음의 전쟁을 몸의 전쟁으로 덮고, 또 덮고 하는 과정에서 폐허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지금 굉장히 차분하고, 마음의 폐허를 조금씩 추스르며, 몸이 말하는 그간의 고충들을 듣고 있다.


새벽에 아직 잠이 가시지 않은 몽롱한 상태에서

"내 몸아 고생했다, 고맙다"라는 말로 시작해서 살살 주무르고 통통 두드리면서 내 몸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몸이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섣불리 말하기 어려웠는지 3달이 지난후에야 몸은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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