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의 독서 5일차: 서울국제도서전과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
브런치북의 글 하나가 누락되어 뒤늦게 다시 올립니다.
이 글을 먼저 보고 앞의 두 글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앞서 3일간 아주 핫하던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날에 남편과 함께 다녀왔다. 사람이 많다는 소문을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체감했다. 들어가자마자 지쳤지만 오늘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오늘의 임무는 어떤 책과 어떤 출판사가 있는지 구경하는 것.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 나는 굿즈보다는 확실히 책을 좀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처음에는 줄도 길게 늘어서있고 하길래 어떤 굿즈가 있나 유심히 보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의 센스는 이미 상향평준화 되어 있어 이미 고퀄리티의 굿즈를 많이 보았던 터라 큰 흥미를 유발하진 않았다. 첫 도서전이어서 별 계획없이 왔는데 다음에 오게 된다면 사람이 많지 않은 작은 부스 위주로 돌아다녀야겠다는 계획을 벌써 세우게 되었다.
사고 싶은 충동과 필사적으로 싸운 끝에 미니북 3권, 시크릿북 4권, 유유출판사의 책 1권, 터틀넥프레스 책 3권 이렇게 총 11권의 책과 남편의 해리포터 책갈피 1개를 구매했다. 이 정도면 나 자신과 잘 싸워서 선방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바로 빛과 소금이 되었는가. 주기적으로 서점에 가서 책 구경해야 되는 병이 있는 나에게 국제도서전은 사람이 아주 많다는 아쉬움만 빼면(그렇지만 내년에도 하려면 사람이 많아야 하니까) 천국같은 곳이었다.
늦은 오후에는 몇 달 전에 예약해둔 뷰클런즈 카페의 인사이드룸에 다녀왔다. 윤소정 님이 하시는 사업 중 하나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구현해놓은 곳이다. 예약은 네시였지만, 카페에는 두시에 도착해서 다행히 책을 읽을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매한 책 중 한 권인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을 읽게 되었다. 인기있는 콘텐츠의 뒷면에는 제작진들의 피땀눈물이 쌓여 있다. 이 책은 PD를 하고 있는 저자가 콘텐츠의 PD와 작가의 이야기를 인터뷰하여 만들어낸 책이다. 콘텐츠를 재미있게 뽑아내는 훈련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그 이야기도 정말 술술 잘 읽혔다. 그 이면의 노고는 절대 쉽지 않았겠지만. 확실히 중간중간에 콘텐츠를 향한 인터뷰어들의 수많은 고민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보여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이 경험담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남편과 대화하며 읽느라 책의 1/3 정도 읽었는데, 얼른 끝까지 보고 싶다. 요즘 콘텐츠 만드는 것에 도전하고 있는데, 나도 PD라고 생각하고 도전하며 적용해보고 싶다.
4시가 되어 인사이드룸으로 들어갔다. 취향에 맞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목재 책상과 의자, 흔들의자, 소파가 있었고, 윤소정 님이 방 곳곳에 마련해둔 나를 찾아가는 힌트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 윤소정 님의 생각구독과 과거의 수많은 글들, 그리고 나의 메모를 할 수 있는 종이도 마련되어 있었다. 생각구독을 다 보기에는 나에게 주어진 100분의 시간은 택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 생각과 글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2010년 블로그와 싸이월드에 쓰기 시작한 글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을 보면서 나도 읽고 쓰기를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많은 인풋에서 배우되 부러워하기 보다는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나도 더 정진해야지. 그나저나 음악의 선곡, 조명의 조도와 배치, 책상의 위치 등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오랜만에 정말 그 시간에 푹 잠겨있다 왔는데, 집에서도 이런 환경을 구현할 수 있을까? 로망이 생겼다.
그렇게 책으로 가득 채운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남편과 시크릿북 개봉식을 가졌다. 시크릿북 2권은 생일북이었다. 남편의 생일과 내 생일이 적힌 책을 가지고 왔는데, 이 생일에 태어난 사람이 쓴 책이라고 했다. 나머지 2권은 사적인 서점의 처방책을 골랐다. '좋아하는 일을 나답게, 즐겁게, 지속 가능하게 이어 가고 싶은 당신에게', 그리고 또 하나는 '올해는 다르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사적의 서점의 노하우라고 하니 어떤 책인지는 비밀. 읽지 않은 책이 한가득 있는 책 콜렉터의 집에 또 새 식구가 생겼다. 오래오래 즐거워하면서 천천히 읽어야지.
이렇게 2025년 6월 22일 일요일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