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 Jul 24. 2023

어플남과의 첫 만남. 예선 통과?

내 기대는 어떻게 되었나

아무리 인성이 중요하다고 한들, 외모는 예선이라는 사실을 모두 동의할 것이다. 마주 보고, 밥 먹고, 대화도 할 수 있어야 성격을 볼 기회가 생기지 않겠는가?


어플에서 알게 된 사람이긴 하지만 그의 얼굴은 모르고 있었다. 만나기 전 맞팔한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면봉 같은 전신사진을 확대해서 보기도 했다. '잘생긴 건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더 확대되지 않는 인스타그램을 원망하기도 했다. 흔들린 사진을 보면서 '흐린 눈을 하고 본 그의 모습'은 어느 정도 상상이 됐지만 제대로 된 얼굴은 상상이 안 갔다. 그래서 첫 만남이 더 기대됐다. 아니, 사실 내 취향이 아니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더 컸던 것 같다. 내 취향이 아닐 거면 대화도 통하지 말았어야지. 기대감을 높여놓지 말았어야지!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나는 파란색에 꽃무늬가 그려진 원피스에 스니커즈를 신었다. 그가 원피스를 좋아한다고 해서 입었다. 아, 혹시 나쁜 놈은 아닐까 싶어서 몇몇 친구들에게 강남역에서 '그 남자'를 만나러 간다고 말도 해두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그 사람 같은 사람은 없었다. 내 차례가 뒤로 밀릴수록 차라리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처럼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러다 베이지색 셔츠와 슬랙스, 닥터마틴을 신은 남자가 날 향해 걸어올 때 '저 사람인가?' 생각했다. 아주 동그란 안경을 쓴 그가 나에게 와서 인사를 했다. KF94 마스크에 앞머리, 안경까지, 빈틈이 없었다. 서로 알아봤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얼굴은 본 적도 없고, 생김새도 잘 모르지만 느낌적인 느낌이 진짜 있나, 싶었다.


만나긴 했지만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마음을 놓지는 않았다.


우리는 네이버지도를 보며 딘타이펑을 찾아갔다. 전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지가 오래돼서 가는 동안에도 어색하지는 않았다. 멀리서 보이는 딘타이펑 한자 간판을 보고 저기인 것 같다고 하는 나에게 그는 한 마디 했다.


"이름이 '딘타이펑'인데 저거는 세 글자라서 아닌 것 같아요."

"저 가운데 글자가 '타이'라서 딘타이펑 맞는 것 같아요." 내 전공인 중국어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들어간 딘타이펑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서 마스크를 내릴 때 그 얼굴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핀도르를 되뇌는 해리포터처럼 난 속으로 '제발...!'을 외쳤더랬다. 서로 멋쩍게 웃으며 얼굴을 스캔했다. 마스크를 벗은 그의 얼굴은 귀여웠다. 특히 웃을 때 입모양이 좋았다.


누구나 이성을 만날 때 외면/내면에서 절대 양보하지 못하는 것들이 몇 개씩 있을 것이다. 나는 외모에서 양보할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치열'과 '탈모 여부'이다. 탈모가 아닌 것은 확인했고, 마스크를 벗고 웃을 때에는 치열이 고른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차로는 맥주를 마시러 갔다. 옥수수튀김을 먹으며 맥주를 마셨는데 그는 유독 맥주를 빨리 마셨다. 재미도 없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빨리 마시나 했다. 심지어는 화장실도 가지 않고, 맥주를 마셨다.


정확히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즐거웠던 기억만큼은 확실하다. 그리고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저 사람도 한 번 더 만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집에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부담스러운 마음에 거절했다. 게다가 맥주 마실 때는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 빨리 마시더니, 집에는 왜 바래다준다고 하는 거야? 싶은 생각도 있었다.


알고 보니 그때는 긴장되는 마음에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고 한다. 화장실은 원래 잘 안 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가 집에 바래다준다는 걸 거절한 것이 좋았다고 한다. 뭔가 독립적인 사람 같았다나...?


우리의 첫 데이트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두 번째 데이트도 했다.


그리고 세 번째 데이트를 앞두고 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삼프터(세 번째 데이트)에 고백이 국룰이라는데 다음에 만나서 고백하면 어떡하지!?'

작가의 이전글 방구석에서 소개팅 어플 켠 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