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 Jul 25. 2023

암울했던 취준기 : 개와 늑대의 시간

해 질 녘 언덕 너머 어슬렁거리며 나에게 오는 것이 내가 키우던 개인지 날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구분이 안 가는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한다. 나의 긴 취업 준비 기간을 표현하기에 딱이다. 2년의 취업준비 시간 동안 이게 맞는 건지, 이 시간이 과연 나에게 어떻게 돌아올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


2019년 8월에 졸업하여 대기업 계약직으로 6개월간 일했다. 일하는 동안에는 월급도 받겠다, 퇴근하면 좀 피곤하기도 하겠다, 졸업한 지도 얼마 안 됐겠다 위기감이 없었다. 그래서 입사지원도 많이 하지 않았다. 계약직이 끝나고 나니 코로나로 인하여 취업 시장이 최악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그렇게 2021년 상반기 모 대기업 대졸 공채에 최종합격을 하기까지 2020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취업 준비에 매달렸다.


취업 준비 기간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람을 피폐하게 했다. 내 기분의 디폴트는 '우울'이었다. 매일 우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 툭 치기만 해도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이 났다. 울 수 있는 이유만 기다렸던 사람처럼. 자존감도 떨어져 갔다. '앗, 취준생 자존감 신발보다 싸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할 정도였다. 아마 진짜 신발보다 저렴했을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역을 지날 때에 수많은 사람들이 내리는 것을 보고는 '여의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난 못하네' 생각했다. 남자친구를 만나러 광화문에 가서도 '왜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니는 거야' 하는 밑도 끝도 없는 불평도 했다. 누구나 갈 곳이 있는데 나만 남아있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내리고 불 꺼진 지하철에,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앉아있는 듯했다. 외로웠다.


주위에서 다들 '때가 있다'라고 말했지만 와닿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아니라서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내가 취업 준비를 하면서 느꼈던 것들, 취업 후에 느꼈던 것들과 사회초년생으로서의 생각들을 적어보려 한다. 취준이 얼마나 우울하고 지질한 것인지, 취업만 한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 미리 알았더라면 조금 덜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어딘가에서 우울하고 불안해하고 있을 취준생이 이 글을 보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어플남과의 첫 만남. 예선 통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